‘적국 지도자에 공개서한’ 미국 정치권 공방 격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이란 핵 협상을 비판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합의를 폐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이란 지도자들에게 보낸 것을 놓고 미국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상원에 몸담은 36년 동안 상원의원들이 다른 나라, 그것도 오랜 숙적 국가에 직접 조언을 하는 서한을 보낸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서한은 미국의 최고사령관(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그릇되면서도 위험천만한 메시지를 우방과 적국에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 군사위 소속 톰 코튼(아칸소)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 47명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에게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핵 협상 합의안을 폐기처분할 수 있다고 밝힌 게 미국 행정부 수반이자 미군 통수권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날 “일부 의원이 이란 내 강경파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게 다소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이상한 연대”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이 이란에 도움이 되거나 미국 최고사령관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어느 쪽이더라도 남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민주당과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번 행동이 ‘반역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인정하건 말건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고 의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공화당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코튼 의원은 이날 여러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력을 약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용인할 수 없는 합의안이라면 이를 비준하지 않겠다는 점을 이란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주려는 것”이라며 “이란이 선택할 길은 명료하고 단순하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순순히 국제 사찰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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