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살 다리 마포대교 지켜라" 112생명수호팀 떴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살 다리 마포대교 지켜라" 112생명수호팀 떴다

입력
2015.03.11 04:40
0 0

자살기도 신고 작년엔 2배 증가

시민공원 등 인근서 285명 구조

"신고 받고 구조하면 늦는다" 판단

경험 많은 베테랑 경찰관들 배치

지난달 20일 가정불화를 겪다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뛰어내린 김모씨를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여의도지구대 제공
지난달 20일 가정불화를 겪다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뛰어내린 김모씨를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여의도지구대 제공

“동생 남편이 자살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자해 경험이 있는 분이라 걱정돼요.”

지난달 20일 오후 5시45분쯤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112에 전화를 걸어왔다. 평소 여동생과 다툼이 잦았던 제부가 자살을 암시하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였다.

그 시간 처형과 통화를 끝낸 김모(46)씨는 마포대교로 향하고 있었다. 다리 중간 지점에 차량을 세운 그는 구두를 벗어놓은 뒤 난간을 넘어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내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씨의 위치를 곧장 파악할 방법이 없기에 그의 목숨은‘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그러나 한강에 투신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구조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평소 자살기도자가 많은 이 지역을 때마침 순찰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한강수난구조대와 한강경찰대에 즉시 구조를 요청해 교각을 붙잡고 있던 김씨의 목숨을 구했다.

같은 달 10일에는 “사업이 잘 안 풀린다. 잘 살아”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진 장애인 가장 권모(40)씨가 구조됐다. 여의도지구대 경찰관들은 ‘여의도 방향으로 이동한 것 같다’는 부인의 신고를 바탕으로 여의도 일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신고 3시간 만에 권씨를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한강고수부지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강으로 들어가려던 권씨를 극적으로 붙잡은 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여의도지구대가 11일 전국 최초로 자살기도자 구조전담 ‘112생명수호팀’을 발족한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이 관할구역 내에 있는 데다 ‘자살 다리’라는 오명을 지닌 마포대교의 절반을 지난해부터 관할하게 되면서 자살 관련 신고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강대교에서 자살소동이 자주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지하철 마포역과 여의나루역,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와 가까운 마포대교로 자살기도자가 몰리는 추세다. 10일에도 아버지와 오빠에게 수차례 성폭행 당한 여중생이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여의도지구대 기준으로 2013년 234건이던 자살 관련 신고 건수는 지난해에 609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여의도지구대가 출동해 구조한 자살기도자만 지난해 285명에 달한다. 일주일에 5명 꼴로 귀한 목숨을 살림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되지 않는 자살기도도 많기 때문에 신고를 받고 구조하러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상시적인 구조전담팀을 만들었다”며 “취약 시간대에 해당하는 오후 3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2생명수호팀은 지구대 내에서 구조 경험이 많은 4명이 선발돼 2인 1개조로 움직인다. 이들은 일반 신고 출동 건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자살기도자를 발견해 구조ㆍ보호하는 업무에 전념한다. 여의도지구대에 있는 순찰차 4대 중 1대도 112생명수호팀에 배정됐다. 영등포경찰서는 전담 경찰관들에게 자살기도자 초기응대법 등도 교육해 현장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여의도지구대에 근무하면서 1년 반 동안 180여명을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112생명수호팀에 소속된 김재환 경위는 “자살기도자들은 고민이 많기 때문에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며 “구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