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금 인상 받아주면 제재"
기업들 "공감은 하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는 입주 기업에게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잘못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강경한 원칙을 강조하는 차원이지만 남북 당국이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입주 기업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입주기업에게 북측 근로자의 3월 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채 종전대로 지급할 것을 독려하는 한편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게 강력한 행정적ㆍ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적용을 차단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각종 압박에 못 이긴) 기업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제재 조치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통일부는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대책회의를 열고 개성공단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기업을 돕기 위해 조성된 경협보험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협보험금 지급은 기업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정부에게 넘어가는 것으로 사실상 공단 폐쇄까지 감안한 조치다.
정부의 강경모드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기 싸움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당국자는 “하루 더 살자고 대의를 버리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거나 “여기서 하나 들어주면 개성공단은 무법천지가 되는 만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등의 단호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애꿎은 기업들만 유탄을 맞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은 “북측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려가 대단히 크다”며 “냉정히 얘기하면 기업들 중 이탈자가 상당수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 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업 제재 발상 등으로 북한과 평행선을 달리기 보다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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