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 마련되었거나 손쉬운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기초·원천 연구개발(R&D) 성과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연구 성과가 있어도 그 기술이 우리 삶에 아무런 변화를 줄 수 없다면 그 진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원천 R&D 연구 성과의 기술사업화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수요자 입장에서 기초·원천 R&D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기초·원천 R&D 연구와 투자가 연구자·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술 수요자 입장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요자인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R&D는 자칫 연구를 위한 연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수요자를 고려한 R&D 기술사업화를 위해서는 연구실의 기술과 상용화를 위한 기술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현재까지는 기술사업화를 위해서 기초·원천기술 개발 후 다음 단계로‘사업화 기술’을 연구하여 상용화하는 순서를 거쳤지만 앞으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초·원천기술 기획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충분히 예측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자가 사업화 마인드를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와 기술사업화 촉진 전문기관들의 지원과 제도 개선도 함께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기술을 찾아주고 매칭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사업화 선진국에서는 기술 공급자보다 수요자 측면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선진국인 독일의 기술사업화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슈타인바이스재단(Steinbeis Foundation)은 R&D 활동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이 아닌 기술 수요자 입장에서 기업의 기술 수요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약 3,000여명의 전문가들에게 아웃소싱하여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기술 매칭을 위한 플랫폼을 도입 운영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은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2007년 12월 설립한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를 모태로 지난해 5월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으로 개원했다. 진흥원이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이던 지난해 2월 정부출연연과 대학 등의 사업화 유망기술 정보를 한 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통합 제공하는 ‘미래기술마당’을 내놓았다. 미래기술마당은 출연(연), (특성화)대학, 특구진흥재단, 소프트웨어자산뱅크 등 31개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 중 사업화 가능성, 시장성, 경제성 등이 분석된 기술 2,800여건과 해당 기술의 특허정보 6,400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기술마당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주는 기술-기업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신제품 개발 등에 필요한 기술을 미래기술마당에 요청하면 산학연 전문가를 통해 맞춤형 기술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난 한해만 70여건의 기술 수요 매칭에 성공했다. 무조건적인 기술 매칭 보다는 수요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찾아 사업화 할 수 있도록 기술 수요자 입장에서 맞춤형 매칭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초·원천 R&D 기술사업화는 기술이전 실적과 금액 수치보다 기업에 이익을 남기고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세금으로 연구개발한 소중한 R&D 성과들이 연구실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장에서 경제발전의 바탕이 되어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창조경제의 실현이 아닐까.
강훈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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