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9시쯤 경북 포항시 포항역에는 평상복으로 간편하게 차려 입은 한 무리의 청장년 관광객이 쏟아져 나왔다. 포항운하와 포스코, 죽도시장 등 포항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이날 오후 7시 20분 동대구역을 출발한 여행객들이다. 이들은 이날 역 앞에서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운하로 이동,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밤바다 감상을 시작했다. 영일대 해수욕장 일대에는 LED 조명을 이용한 포스코의 환영 메시지가 떴고 연인들의 사연 전달 등 이벤트도 이어졌다. 가족 나들이를 다녀온 박동찬(38ㆍ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늦은 밤 아이들이 힘들 것 같아 기차 여행을 망설였는데 짧은 시간에도 포항 야경과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 모두에게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밤 동대구역을 출발, 포항 밤바다의 야경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한밤애(愛) 열차가 다시 기적을 울리고 있다. 평일에는 집과 일터를 떠나기 힘든 젊은 직장인과 가족들을 위해 지난해 2월 개통, 올 1월 잠시 멈췄다 이날 재개통한 것이다.
밤바다를 만끽한 여행객들은 같은 날 밤 11시 20분 포항역에서 열차에 탑승, 새벽 0시46분 동대구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 열차칸에서는 침묵과 정숙이 환영 받지 못한다. 무대에서는 음악과 노래가 흐르고, 춤이 뒤따른다. 남녀 직장인을 위한 커플게임도 빠지지 않는다. 포항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커플이 탄생하기도 한단다.
열차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겉면에는 경북 지도 위에 관광 명소와 지역 특산물을 그려넣었고 실내에는 야간열차의 이미지를 담아 우주와 밤하늘, 바다 등의 테마 스크린에 야광조명과 레이저가 쏟아지도록 했다.
지난해 2월 개통해 올 1월 잠시 중단될 때까지 이용객은 1,260명이다. 당초 이 열차에는 매달 400명 넘게 탑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세월호 참사로 포항운하 유람선의 야간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관광 수요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재개통된 지난달 27일에는 80여명이 몰려 올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편 경북지역 12개 시군에는 2009년 12월부터 하루 2차례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가 운행 중이다. 지난달까지 84만7,044명이 이용, 지역 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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