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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에 행동장애 있다는 편견 버리세요

입력
2015.03.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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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동물 행동치료 전문가

입양 갈 강아지를 안고 있는 이혜원 카라 부원장.
입양 갈 강아지를 안고 있는 이혜원 카라 부원장.

“얼마 전 들어온 진돗개가 어젯밤 옥상에서 계속 짖는 바람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식용으로 팔려나가기 전 구조해 왔는데,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을 느꼈나 봐요.”

10일 서울 서교동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실은 아침부터 강아지들 짖는 소리로 떠들썩한 가운데 직원들은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간밤에 급한 대로 진돗개를 실내에 들여놨는데 낯설었는지 주변을 어지럽혀 논 것이다. 아무리 예쁜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가족이 없으면 주변을 어지럽히고 계속 짖거나, 탈출하려고 발톱이 빠질 때까지 문을 긁는다거나, 배변활동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를 행동으로 표현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장애는 반려동물 유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유기동물들은 행동장애가 있을 것 같다는 편견도 유기동물의 입양을 저해하는 요소다. 유기동물 발생을 막고, 또 유기동물 입양을 돕기 위해 동물보호단체로 온 행동치료 전문가가 있다. 이혜원(37) 카라 동물병원 부원장이다.

이 부원장은 이력부터 남다르다. 대학교에서는 철학과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는데 진로를 결정할 때쯤 어릴 때 꿈이었던 수의사가 떠올랐다. 부모님 따라 어릴 적 생활했던 독일은 상대적으로 유학비용도 저렴하고, 외국인 유학생 할당제가 있어 입학이 수월했기 때문에 독일 수의학과를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졸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2004년 독일로 가 수의학 박사를 딴 게 2012년이다. 그곳에서 행동치료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현지 보호소에서 행동치료를 해온 그는 국내에 행동치료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고자 지난해 7월부터 카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는 분리불안을 느끼는 반려동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집에서는 계속 같이 있을 것처럼 끼고 돌다가 헤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외출 등으로 갑자기 10시간씩 떨어져 있게 되면 무리생활을 하는 개 처지에선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죠.”

분리불안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는 꼭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또 혼자 있어도 위험한 게 아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보호자가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다양한 훈련을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선 호르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료도 바꾸고 약물도 투여하게 된다.

이 부원장은 “모든 행동장애의 최고의 약은 예방이기 때문에 미리 차단하는 게 좋다”며 “강아지 때 데려와도 훈련은 필요하다. 강압적인 게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로 인내심과 시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 보호소에서는 한 달에 30, 40마리의 유기동물이 입양되지만 국내에선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기동물이라고 반드시 행동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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