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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한폭탄 달린 안락의자

입력
2015.03.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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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983년에 건설해 30년이란 설계수명을 다 한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연장해 가동하기로 했다. 월성보다 더 오래됐고 한 차례 수명 연장한 고리 1호기도 다시 수명 연장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그리고 최근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핵발전소 사고에도 아랑곳없이 전력생산력의 큰 부분을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정부는 2035년까지 4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핵발전을 줄이는 세계적 동향과는 대조적이며 면적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발전을 하고 있다.

핵발전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 방사능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핵발전소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인근 지역주민들은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건강상 위협을 받는다. 핵폐기물은 위험하고 보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단단한 암반으로 된 지하 천 미터 이하에서의 영구보존을 추진하는 스웨덴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핵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주창자들은 핵발전의 경제성을 강조하는데 ‘드러나지 않은 비용’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블랙번 교수는 핵발전과 태양광발전의 발전 단가 비교에서 초기에는 핵발전이 태양광발전보다 단가가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늘어나면서 결국에는 태양광발전보다 단가가 높아진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할 경우 2,546억에서 5,060억 원의 손해가 난다고 했다.

핵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를 높이 100m나 되는 거대한 송전탑을 통해 대도시에 공급하는 것도 큰 문제다. 도시민들의 전기 수급을 위해 농어촌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셈이다. 밀양 송전탑이 바로 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핵발전에 의한 혜택은 우리 세대가 누리지만 핵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떠안는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면 많은 인명 살상을 포함한 거대한 피해가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 것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고 40만명이 고향을 떠났으며 지금도 500여만명이 오염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2만 명이 넘는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냈다. 아직도 녹아 내린 핵연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방사능이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히 모른 채 여전히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원안위의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결정은 민주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적 공론 없이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 2년 이상 가동이 중단된 핵반응로를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수명 연장 반대로 9명의 위원 중 2명이 퇴장한 가운데, 그것도 민간검증단이 계속 운전 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며 32건의 안전개선사항을 요구했음에도 철저한 검토 없이 결정을 내려 밀실 정치를 연상케 한다. 주증기격리밸브(MSIV)가 설치되지 않았고 엄격해진 현행 안전기준(R-7)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 안전을 소홀히 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월성과 고리의 핵발전소 주위에는 인구가 밀집한 울산, 경주, 포항이 있고 부산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사고가 나면 수많은 인명 피해와 동시에 전 국토는 먼 미래까지 죽음의 땅이 된다. 우리 모두 시한폭탄이 달린 안락의자에 앉아 있다. 1979년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후 스웨덴은 즉시 국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한다는 결정을 했다.

핵발전 및 에너지 정책은 지금도 공론과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어려우면 적어도 국회가 지역주민, 전문가 그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ㆍ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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