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리퍼트 회복 후 문병' 견해 불구
이례적 문병 통해 "한미동맹 굳건" 과시
리퍼트 "한미관계 발전 위해 노력"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중동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병문안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영원히 같이 가자"고 당부했고 리퍼트 대사는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에 리퍼트 대사와 전화통화와 논평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위안과 유감의 뜻을 전달했고 이완구 국무총리 등 요인들이 정부를 대표해 문병을 다녀온 터라 박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의 병실까지 찾은 것은 파격적 예우로 받아들여졌다. 박 대통령은 친한파 리퍼트 대사가 참혹한 공격을 당한 것이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각별히 예우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한미관계 더 가까워지는 계기 될 것"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 내린 박 대통령은 곧바로 리퍼트 대사의 병실을 방문해 약 10분 간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2006년에 비슷한 일을 당해 이 병원에서 두 시간 반 동안 수술 받았는데, 대사님도 같은 일을 당하셨다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에 문구용 칼로 얼굴을 공격 당했다. 박 대통령 역시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 받았고, 조금만 더 깊이 찔렸어도 장애후유증이 남았을 것이라는 점 등이 리퍼트 대사가 겪고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박 대통령은 "그 때 의료진이 '하늘이 도왔다'고 했는데 대사님에게도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고 들으니 뭔가 하늘의 뜻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면서 "저는 그 후에 앞으로 인생은 덤이라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대사님도 나라와 한미동맹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굳게 지켜달라는 당부를 리퍼트 대사와 미국 정부에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사님이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과 미국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미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같이 갑시다'라는 대사님의 글을 보고 국민들 마음에 울림이 있었는데, 빨리 쾌차해서 양국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영원히 같이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대통령님을 비롯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관심과 위로를 저와 아내는 큰 축복이라고 느꼈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저도 이제 덤으로 얻은 인생을 가족과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쓰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의료진이 과거 대통령님을 수술한 경험이 있어 같은 부위에 상처 입은 저를 수술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했다"고 소개하고 "여러모로 대통령님께 빚을 졌다"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의료진을 따로 만나 "후유증이 없도록 리퍼트 대사 치료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미관계 균열 가능성 우려…전격 '병문안 외교'
박 대통령의 문병은 시기와 형식 면에서 이례적 예우로 받아들여진다. 10일 퇴원하는 리퍼트 대사가 건강을 추스른 이후 적절한 시점에 청와대로 불러 위로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견해였다. 더구나 미국 정부와 리퍼트 대사가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한미동맹이 확고하다는 점을 원칙적으로 확인하고 미국 내 반한 정서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한 만큼 우리 정부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미국 원수와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가 초유의 공격을 당한 것을 두고 한미관계가 흔들린다는 의혹이 확산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하고 귀국한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이날 리퍼트 대사를 병문안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번 사태로 한미동맹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퇴원하자마자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윤 장관은 문병 직후 기자들을 만나 "미국은 우리가 취한 모든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반응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이 튼튼하고 빛이 들어올 구멍도 없이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라고 평했다. 윤 장관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인 '명량'을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꼽은 리퍼트 대사에 거북선 모형을 전달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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