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받아챙긴 전 세무서장" 구속영장 청구까지 했던 검찰이

18개월 만에 "사회통념상 인정" 돌변, 경찰 "혐의 확실했는데… 이해 안 돼"

경찰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윤모(59)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에 대해 검찰이 사건 송치 1년 6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씨는 동생이 현직 검찰 간부인 데다,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전력이 있다. 더구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이 사건을 뒤늦게 무혐의 처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철희)는 육류수입 가공업자 김모(59)씨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윤씨에게 지난달 25일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윤씨는 2010~11년 서울 성동ㆍ영등포세무서장 근무시절 김씨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과 골프접대 등 6,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돼 2012년 2월부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를 받아 왔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같은 해 8월 홍콩으로 도피했던 그는 이듬해 4월 태국에서 불법 체류 단속에 걸려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곧바로 윤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범죄사실 입증이 부족하다”며 반려했다. 경찰 주변에선 당시 검ㆍ경 수사권 갈등이 일었고, 윤씨 동생이 현직 부장검사라는 점을 들어 ‘수사 축소’ 의혹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휘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비난을 무릅쓰고 봐주기 수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3개월 후인 2013년 7월말, 경찰 신청을 받아들여 윤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는 검찰 의견이 첨부됐다. 그런데 이번엔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이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수사진행 상황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결국 경찰은 같은 해 8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윤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윤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현금 2,000만원 수수 ▦10만원 상당 갈비세트 100개 수수 ▦골프접대 4,000만원 상당 수수 ▦제3자 명의로 6,000만원 수수 ▦휴대폰 요금 800여만원 대납 등 모두 5가지였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을 18개월이나 처리하지 않다가 이번에 “윤씨와 김씨의 친분을 볼 때 사회통념상 인정할 수 있다”거나 “대가성이 없다”, “증거가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5개 모두 무혐의로 결정했다. 검찰은 일부 금품 수수에 대해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스스로 윤씨 구속영장 청구 때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던 판단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의 이번 사건 처리 시점도 석연치 않다. 지난달 25일은 전국 검사 1,099명의 인사가 단행된 날이다. 민감한 사안을 장기간 쥐고 있다가 언론 관심이 줄어든 시기에 처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확실했기 때문에 기소 의견을 냈는데, 검찰이 ‘사회통념상 인정된다’고 해 버리면 경찰로선 할 말이 없다”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상명하복 관계인데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애당초 무리한 수사였나 하는 괜한 생각까지 들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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