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 학자로 꼽히는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 학장이 9일 “아베 총리는 과거 침략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마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독일의 과거 직시 사실을 강조한 날이어서 기타오카 학장 발언의 배경과 의도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관련 총리 자문기구의 좌장 대리인 기타오카 학장이 도쿄 도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은 침략전쟁을 했고, 매우 심한 일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아베 총리가 ‘일본은 침략했다’고 반드시 말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전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일본의 역사 연구자에게 물으면 99%는 (침략전쟁이라고) 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타오카 학장은 작년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앞서 총리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의 좌장 대리를 맡아 각의 결정문의 초안 작업을 주도하는 등 아베 총리의 돈독한 신임을 받는 학자다.
아베 총리가 기타오카가 소속된 아베 담화 관련 전문가 회의의 보고서를 얼마나 반영할지 알 수 없지만 유력한 구성원의 건의인만큼 관심이 쏠린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쟁에 대한 반성,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국가로서의 행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이 수행할 역할 등을 전후 70년 담화에 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무라야마담화 등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표현을 써온 아베가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과거 담화의 핵심 표현을 담화에 반영할지 관건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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