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같은 영아원에 맡겨진 뒤 서로 자매처럼 의지하며 지내온 두 여성이 20년 만에 친자매로 밝혀지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그 동안 성씨가 달라 자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군산에 사는 김모(26·여)씨와 박모(23·여)씨는 태어나자마자 한 영아원에 보내졌다. 3년 터울로 영아원에 들어온 이들은 몇 년간 함께 생활하다 7살이 될 때 각자 다른 보육원으로 떠나며 헤어지게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둘 다 가족이 없었던 터라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충남 천안에 있는 회사에 같이 취직할 정도로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이후 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군산에 있는 한 대학교의 간호학과에 다니며 두 사람은 잠시 떨어지게 됐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외로웠던 김씨는 박씨를 따라 함께 군산으로 내려왔다.
군산에 살던 중 박씨는 2012년 2월 헤어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군산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헤어진 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결혼적령기가 된 김씨도 결혼식에 부모님이 참석했으면 하는 마음에 박씨와 같은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당시 담당경찰관은 너무 닮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친자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그러나 유전자 감식 결과 김씨의 유전자가 잘못 채취돼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 뒤 박씨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군산시 수송동 김영상 주민자치위원장이 지난 2월 4일 언니인 김씨를 처음보고 두 사람이 너무 닮았다며 재차 가족 여부 확인을 권유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군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의 경찰관들이 두 사람의 부모를 찾는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영아원과 병원 진료카드, 영아원 관계자 등을 조사해 두 사람을 영아원에 입소시킨 최모(60)씨를 찾아냈다.
확인결과 최씨는 두 사람의 친아버지로 밝혀졌다. 최씨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이들을 키울 수 없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빌면서 영아원에 아이들을 맡겼다고 말했다. 최씨 부부는 모두 5남매를 낳아 이중 첫째, 둘째 딸과 막네 아들만 키우고 셋째, 넷째 딸들을 영아원에 맡긴 것이다.
경찰은 2월 말 세 사람의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친자 확인을 마쳤다. 최씨는 “딸들이 해외에 입양돼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평생 만날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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