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건 탁자 빼고 다 먹고, 헤엄치는 건 잠수함 빼고 다 먹으며, 날아다니는 것으론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우스개가 있다. 중국 요리의 무한한 다양성과 탁월함을 빗댄 얘기다. 실제로 중국처럼 식재료와 음식에서 유연한 개방성을 보이는 국가나 민족은 별로 많지 않다. 음식 금기(禁忌)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만 해도 ‘언청이를 낳으니 임산부는 토끼고기를 먹지 말라’는 등 속설에 따른 수많은 금기가 여전히 나돌고 있다.
▦ 유대인이나 무슬림은 일반인들도 성직자 수준의 엄격한 음식 금기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대인들은 식사에 관한 율법 ‘카샤룻(Kashrut)’에 따라 먹기에 합당한 음식(식사법)으로 결정된 ‘코셔(Kosher)’를 준수한다. 예를 들면 채소와 과일은 모두 코셔이며, 육류는 되새김 위가 있고 발굽이 갈라진 짐승의 고기만 코셔로 친다. 따라서 말이나 돼지, 어류 중에서도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미꾸라지 오징어 갑각류 등은 금기 음식인 셈이다. 코셔는 식재료의 혼합 및 식기에도 깐깐하게 적용된다.
▦ 무슬림의 음식 금기도 유대인 못지않다. 율법에 따라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식재료와 음식 등을 총칭하는 ‘할랄(Halal)’이 엄존한다. 할랄은 비단 음식뿐 아니라, 식용재료를 쓰는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심지어 허용된 육류라도, 성인 무슬림이 기도문을 외우며 예리한 칼로 가축의 목 경동맥 등을 단숨에 절단해 고통을 최소화한 도축을 하지 않은 경우 할랄에서 배제될 정도다. 신앙의 뿌리가 같아서인지 할랄음식 대부분이 코셔와 겹치는 것도 흥미롭다.
▦ 세계 할랄식품 시장규모는 무슬림 인구만도 18억 명에 달하는데다, 최근엔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연간 1조 달러에 이른다. 아시아에선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 외에, 일본이 앞서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반면 국내 식품업계는 2000년대 후반에야 한식과 할랄식품을 접목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중동순방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공동인증체계 구축 등을 위한 ‘할랄식품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실속 있는 새 시장 개척을 위한 통상외교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값져 보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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