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료 대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부족한 보육료 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중앙 정부와 시ㆍ도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힘겨루기를 한 끝에 시ㆍ도교육청이 우선 임시변통으로 3개월치 예산만 편성키로 했었는데,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사정으로 두 달치만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은 이달부터 집행할 돈이 없다며 발을 구르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나머지 시ㆍ도교육청들도 다음달부터 차례로 예산절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전국적 보육료 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11월 보육대란 당시 여야는 부족한 누리과정(3~5세)예산액 1조7,000억 원 가운데 1조2,000억 원은 지방채 발행으로, 나머지 5,000여억 원은 정부의 목적 예비비 형식으로 우회 지원키로 봉합했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을 담은 관련법이 4월 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지원 명시를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면서 의견이 대립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방채 발행 없는 예비비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예비비 5,000억 원마저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중앙정부가 부담토록 한 보육비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일선 교육감들이 “국가책임인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 주체를 시ㆍ도교육청으로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보육료 대란의 피해는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현재 전국 교육청에는 보육료 지원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예산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유치원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미 모집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는 당장 예비비를 시ㆍ도교육청으로 내려 보내 급한 불부터 꺼야 마땅하다. 국회가 집행을 의결한 예비비를 움켜주고 있을 명분도 없을뿐더러 보육료를 빌미로 야당 성향이 대부분인 시ㆍ도교육감을 길들이려 한다는 오해만 살 뿐이다. 그런 다음 정치권과 협의해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에 노력하는 것이 순서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형편에서 보육재원 마련은 간단치 않은 숙제다. 그렇다고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면서 보육료 부담은 지방으로 떠넘기는 건 온당치 않다. “보육이 국가책임”임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시도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예산확충을 하든, 재설계를 하든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보육재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들을 놓고 비생산적 샅바싸움을 계속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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