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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가득 메운 보수

입력
2015.03.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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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척결" 연일 회견·시위

구국채널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구국채널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기회에 종북세력을 척결하는 데 우리가 앞장 섭시다.”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보수단체들의 집회ㆍ시위 일색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집회ㆍ시위의 상징인 광화문 일대가 연일 보수단체의 확성기로 가득 차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인도는 1,000여명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로 가득 찼다. 군복을 입은 이들은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리퍼트 대사 쾌유와 종북세력 규탄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시작은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와 한미동맹 강화를 기원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마크 리퍼트 대사 사랑합니다. 같이 갑시다”는 구호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원을 찾는 모습을 보니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자 집회는 이내 종북세력을 척결하자는 주제로 바뀌었다. 한 참석자는 강단에 올라 “김기종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괴물”이라며 “그를 도운 야당과 종북세력을 이번 기회에 매장시키자”고 과격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연이어 등장한 연사들은 국가보안법 철폐에 찬성한 정치권 인사나 과거 진보 정권 당시 요직에 있던 인사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비판을 계속했다.

이보다 1시간 전에는 대한민국구국채널을 비롯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광화문 주한 미대사관 인근에서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같은 시각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100여명도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테러범 옹호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날 하루 5개의 보수단체가 리퍼트 대사 피습 규탄 집회를 열었다.

극우 보수단체 일색의 광화문 풍경은 지난 5일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건 이후 계속되고 있다. 피습 하루 전날인 4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 발언에 분노한 좌파 성향 단체의 집회 이후 광화문 광장을 찾은 진보단체는 전무하다.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이번 피습은 모두가 개탄할 사건”이라면서도 “진보와 보수 단체간 충돌을 우려해 광화문에서의 집회를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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