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익약(YIK YAK)이 익명성을 악용한 집단 괴롭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스턴 미시건대에서 지난해 가을 학기 공강 시간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사건 발단은 230명이 수강하는 ‘종말론 이후의 문화’ 수업 조교가 해당 수업을 강의하는 여성 교수 3명에게 익약에 올라온 메시지들을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그 곳에는 수강생들이 여성 교수들을 겨냥해 올린 저속한 비하 발언은 물론,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한 성적 발언과 이미지가 가득했다. 해당 교수 중 한 명인 마가렛 크라우치 교수는 당장 학교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며 항의 이메일을 썼다.
크라우치 교수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성희롱”이라며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사건을 일단락시킨 학교 측의 입장은 간단했다. 익약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사이트라 누군가에게 해당 메시지와 관련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익약이 유행하기 시작한 1년 전부터 유사한 사건이 이 대학뿐 아니라 노스캐롤라이나대, 미시건주립대, 펜실베니아주립대, 에모리대 등 미국 내 수십 개 대학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익약의 일부 이용자들은 주로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메시지로 타인을 따돌리고 있다. 케니언칼리지에서는 익약을 이용해 성폭행을 도모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익약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비슷하지만 이용자의 프로필이 노출되지 않는 철저한 익명이며 위치 기반 서비스로 반경 1.5마일(2.4㎞) 이내에 있는 사람들만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어 대학 캠퍼스에서 일종의 익명 게시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같은 폐쇄형 SNS 경쟁자인 시크릿(Secret), 위스퍼(Whisper)을 누르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횟수 10위 안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메릴랜드대 법학과 교수이자 ‘사이버 공간에서의 증오범죄’의 저자인 다니엘 키츠 시트론은 “익약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악용될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