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 열기가 뜨겁다.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 절반이 바뀐 사령탑, 새 둥지를 튼 FA(프리에이전트), 외국인 선수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윤석민(KIA)의 합류 등 볼거리가 많다. 크게 보면 세 가지 키워드가 시범경기를 관통한다. 부활, 변신, 기회다. 이제 고작 팀당 2경기를 치렀지만, 이 세 단어가 올 시즌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부활… 잊혀진 에이스 조정훈
롯데 조정훈이 물음표를 서서히 지우고 있다. 전지훈련 막판 연습경기에 이어 시범경기 초반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조정훈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5회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32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직구 최고 시속은 145㎞, 포크볼은 138㎞까지 찍혔다. SK가 자랑하는 최정, 김강민이 삼진의 희생양이 됐다.
조정훈이 국내 마운드에 다시 선 건 2010년 6월13일 부산 한화전 이후 1,730일 만이다. 2010년과 2013년 오른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2011년 오른 어깨에까지 칼을 댔다.
2009년 14승으로 생애 첫 다승왕을 거머쥔 그는 “그 동안‘눈’으로만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조정훈은 “지금 몸 상태는 70~80%다. 정규시즌에 맞춰 더 끌어올리겠다”고 진짜 부활을 예고했다. 롯데는 전력 외로 분류하던 조정훈이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단숨에 5강 경쟁을 할 수 있다.
◇변신… 3루 골든글러브 후보가 좌익수로
김성근 한화 감독은 10일 대전 SK전에 송광민을 좌익수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부터 만지작거린 카드다. 송광민은 지난해 주전 3루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시즌 뒤에는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 변경을 지시했다. 3루 자원으로 김회성이라는 또 다른 선수가 있고, 외야수 이용규의 어깨 상태도 미덥지 않아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투구폼을 바꾼 선수도 있다. 한화 최영환은 지난해까지 투구시 테이크백이 아주 간결했다. 마치 포수가 도루 저지를 하기 위해 2루로 송구하는 폼과 흡사했다. 최영환은 50여 일 간의 전지훈련에서 짧은 폼을 부드러우면서도 크게 바꿨다. 타자들에게 구종이 노출되는 약점도 보완했다. 최영환은 “작년에는 높은 공을 던지다가 많이 맞았다. 지금은 바뀐 폼으로 낮게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릴리스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되고 있고 볼 끝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기회… LG의 오른손 거포는 누구
왼손 타자가 많은 LG는 늘 오른손 거포에 목말랐다. LG를 떠나 넥센에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쓴 박병호를 보면서는 반드시 우타자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까지 이어졌다. 작년까지는 미우나 고우나 정의윤이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다. 타격 재능이 있었고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올해는 다르다. 전지훈련 팀 내 MVP(최우수선수) 최승준이 시범경기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7일 한화전에서 솔로 홈런을, 8일에는 1-2로 뒤지던 4회 1사 1ㆍ2루에서 좌중간 2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5선발을 최종 테스트 중이다. 후보 정인욱과 차우찬이 7, 8일 두산전에 각각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차우찬의 완승. 5이닝 3피안타 무실점하며 4이닝 4피안타 3실점한 정인욱을 눌렀다. 또 다른 선발 후보 백정현 역시 7일 구원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올해야말로 차우찬이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을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인 듯 하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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