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미국 뉴욕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1,000여 명이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맨해튼 유엔본부 앞에서 중심부인 타임스퀘어까지 행진하면서 여전히 남성에 비해 저임금을 받고,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1995년 189개국이 서명한 ‘베이징 여성권리선언’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진전은 너무 더뎠다”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구의 절반을 제어한다면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100% 발현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든 여성의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위에 앞서 기념성명을 내고 세계적으로 여성이 큰 공헌을 하는 것과 달리, 많은 곳에서 2등시민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여성의 능력이 저평가 받고 있고 여성의 인권, 특히 배우고 스스로를 표현할 권리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상습적으로 침해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곳이 더 안전하고 번성한다는 점을 확신하지만, 그에 앞서 여성도 권리와 존엄을 갖춘 인간”이라며 미국 정부는 “여성이 언제 어디서나 받아야 할 대우를 받는다는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여성이 가진 기본적 가치와 실제로 그들이 받는 대우와의 격차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불의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그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노동자 1만5,000명이 기본권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서 유래됐으며 1975년 유엔에 의해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뉴욕 집회에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부인인 셜레인 맥크레이 여사는 “오늘 우리는 수 세대에 걸친 페미니스트들의 발자취를 따라 행진한다”면서 “이 행진은 1세기도 전에 시작됐지만 우리가 평등에 도달하기까지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107주년인 이날 미국 각지에서는 토론회, 전시회 등 약 200건의 기념행사가 열렸다. 클린턴재단은 광고기획사인 드로가5와 함께 40여 종의 광고, 포스터에 등장하는 여성 스타, 유명인의 모습을 삭제하는 이색 캠페인을 펼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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