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서 국제전기차엑스포 개막
국내 판매 승용차 6종 한자리에
업체들 도민 보급 공모전 치열
보조금ㆍ세제 혜택 등 많아 인기
돌과 여자, 바람이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에 이제는 전기자동차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와 충전 시설을 갖추고 2030년까지 운행 자동차를 전부 전기차로 바꾸는 획기적 목표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제주에서 전기차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생활의 일부다. 전기차 시범도시를 선포한 뒤 3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제주 링에 오른 전기차
지난 6일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2015)가 개막한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1층 전시관에 국내 판매 중인 승용 전기차 6종이 모두 모였다. 기아자동차(쏘울EV, 레이EV) 르노삼성자동차(SM3 Z.E.) 한국지엠(스파크EV) BMW(i3) 닛산(리프) 직원들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각 사의 전기차 성능과 가치를 부지런히 설명했다.
국내 전력전자전문기업 파워프라자도 전기차 ‘라보 피스’를 처음 전시했다. 0.5톤 소형 트럭인 피스는 국내에서 시판된 유일한 경상용 전기차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국내 진출을 선언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 BYD는 한번 충전으로 최대 300㎞를 달릴 수 있는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e6’를 선보였다.
중국 업체들은 전기버스까지 동원했다. 상하이자동차는 두 가지 차종을 야외에 전시했고, 세계 버스시장 7위 종통버스는 국내 전시회에 처음 참가해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전기버스를 내세웠다. 종통버스는 국내 철도전문기업 우진산전과 손잡고 내년쯤 국내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김진수 우진산전 부사장은 “빠른 성장을 위해 세계시장에서 검증 받은 종통버스를 선택했다”며 “생산시설은 이미 갖춰져 내년쯤 전기버스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를 만드는 국내외 업체들이 일제히 전기차엑스포에 뛰어든 것은 올해 환경부가 보급하는 전기차 3,090대 중 절반 가량인 1,515대가 제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주를 선점해야 앞으로 커질 전기차 시장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1등을 하기 위해 제주도 전 직원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리프’를 국내에 들여와 제주에서 15대를 판매한 닛산도 기대가 크다.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는 “올해 제주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150대 이상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른 지역 판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 피말리는 전기차 공모전
7일 제주시가 전기차를 싸게 보급하기 위해 마련한 ‘전기차 민간보급 공모’ 장소인 제주컨벤션센터 3층은 접수를 위해 찾아온 도민들로 북적였다. 제주도는 전기차엑스포 개막과 함께 4회째 전기차 민간보급 공모를 통해 역대 최대인 승용차 1,468대와 화물차 20대 등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승용차의 경우 정부 보조금 1,500만원에 제주도가 700만원을 더해 모두 2,200만원의 보조금이 나온다. 600만원 상당의 충전기도 별도 지원되고, 최대 4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는다. 국산은 4,000만원 안팎, 수입은 5,000만원이 넘는 전기차를 국산 휘발유차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도민들은 승용차 6종과 화물차 중 원하는 차종을 결정해 해당 업체 전시관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다. 225대를 보급한 지난해 하반기 공모 때는 2,200여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했다.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도 200㎞가 되지 않는 제주에선 현재 전기차의 단점인 1회 충전시 140㎞ 안팎인 짧은 주행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충전기도 1,061개나 깔려 있어 충전도 문제 없다.
그 바람에 전기차의 인기가 급격히 치솟자 제주도는 3회 연속 신청했으나 당첨되지 않은 이들에게 올해 67대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이번에 신청서를 낸 배아영(30ㆍ여)씨는 “전기차 공모는 제주 내 최대 관심사라 주변 사람들 모두 신청하려 한다”며 “친환경차이고 경제적이어서 당첨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공모는 20일 접수 마감 후 내달 중순 자치경찰 입회 하에 공개추첨을 한다. 신청자가 7가지 전기차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라 어떤 차종이 얼마나 선택 받을지 추첨이 끝나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르노삼성의 ‘SM3 Z.E.’가 근소한 차이로 제주에서 전기차 1위를 하고 있다. 반대로 신청 대수가 저조하면 체면을 구길 수도 있는 만큼 각 업체들에게 도민 공모는 피를 말리는 전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어 올해 경쟁률은 10대 1이 넘을 것”이라며 “전기차를 내놓은 각 업체들도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귀포=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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