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ㆍ신한 등 사외이사들
자기ㆍ내부 평가 최고 등급
금융권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KB금융 작년 연봉 8680만원 최고
지난해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자 문제 제기 안건을 묵살하면서 KB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던 국민은행 사외이사진. 끝까지 버티기에 나서다가 책임론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옷을 벗었지만, 이들의 자체 평가는 매우 후했다. 평가 대상인 국민은행 사외이사 3명은 지난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자기 평가‘에서 최고점인 5점을 부여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사외이사들이 서로에 대해 매긴 점수, 그리고 직원들이 사외이사들에게 매긴 점수 모두 5점 만점이었다.
자기 평가와 이사회 평가, 그리고 직원 평가 등을 합산해 작년 말 기준으로 재임하고 있는 6명의 사외이사에 대해 평가를 내린 신한은행. 이들 전원은 전문성과 공정성 등 5개 항목 중 단 한 항목의 예외 없이 4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 역시 5명의 사외이사에 대해 “역량 및 전문성, 참여도, 기여도 등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설명과 함께 모두 최고 등급(S)을 부여했다.
8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 사외이사 대부분은 자기 평가와 직원 평가 등에서 대부분 최고 등급이 부여됐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두 명이 자체 평가 항목에 이례적으로 3등급에 해당되는 ‘B등급‘을 적은 것이 그나마 예외적이었다. 이번 연차보고서 공시는 금융위원회가 작년 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118개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활동 내용과 연봉을 주주총회 20일 전까지 의무 공시토록 한 데 따른 조치다.
이런 낯뜨거운 후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분 사태를 겪은 KB금융을 제외하면 이사회 결의에서 ‘반대’ 의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7차례 이사회를 개최한 신한은행의 경우 최고 점수를 받은 6명의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이들이 받는 급여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작년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김중웅 사외이사는 지난해 이사회와 소위원회 등 총 42차례 회의에 참석해 9,7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활동 시간은 총 176시간으로 시간당 55만원을 받아간 셈이었다. 김 이사를 포함해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회의가 많았던 탓에 평균 연봉이 8,5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외환은행(5,920만원), 하나은행(5,660만원), 신한은행(4,78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주사 중에서도 KB금융지주가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년간 재직한 4인의 평균 보수는 8,680만원에 달했고, 신한금융(6,640만원), 하나금융(5,700만) 등도 5,000만원을 넘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참석이나 의안과 의사록 검토, 연수 등에 할애하는 근무시간은 평균 150시간 안팎으로 연봉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평균 활동시간은 155시간이었고, 하나금융은 135시간으로 집계됐다. 시급으로 치면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 수준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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