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시중 은행 배만 불려
정부가 휴면(비활성) 상태이거나 해지된 주택청약저축 계좌에 꼬박꼬박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은행들 배만 불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마다 지급된 혈세는 100억원이 넘었다.
8일 국토교통부가 김희국(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2009~2014년 주택청약저축 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비활성 및 해지계좌에 지급한 누적 수수료는 6년간 총 64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수수료가 지급된 비활성 및 해지계좌 수는 총 112만8,000개였고, 6년간 누적 비활성계좌 수는 715만9,00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지계좌는 가입자가 최초 2만원만 적립하고 이후 장기간 납입하지 않다가 해지한 계좌를, 비활성계좌는 최초 2만원 적립 후 현재까지 장기간 납입이 없는 계좌를 각각 말한다.
현재 월 2만~50만원을 적금으로 납입하거나 잔액 1,500만원까지 일시 납입해 국민주택이나 민영주택을 공급받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정부가 신규계좌 개설 시 6,605원, 잔고계좌에는 매월 279원의 수수료를 수탁은행에 지급한다. 그런데 가입자가 첫 1회만 적립하고 이후에는 전혀 납입을 하지 않은 비활성 및 해지계좌에도 정부가 똑같이 수수료를 지급한 탓에 연평균 수수료 106억원이 고스란히 시중 은행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2009년 247억원에 달했던 수수료는 2010년 93억, 2011년 72억원, 2012년 53억원으로 줄어들다가 2013년 95억원으로 다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80억원 지급되는 등 다시 증가 추세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연간 120만원 한도로 납입액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은행원들의 권유에 일단 가입했다가 이후 추가 납입을 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는 탓이다.
김희국 의원은 “납입실적에 관계 없이 계좌를 신설하기만 하면 수수료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 계속되는 경우 수탁은행은 납입 내용보다 신규가입자 유치에만 골몰할 것”이라면서 “납입이 없는 계좌에는 수수료 지급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비활성계좌 등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고려해 수수료 자체를 (다른 저축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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