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시기 판매분 '표적 덤핑'
업체 별로 관세율 제각각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80%가 넘는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업체별로 관세율이 달라 삼성전자와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는 8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부과 받았으나 LG전자의 덤핑 관세율은 1.57%에 불과했다.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와 동부대우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한 세탁기의 덤핑마진을 82.41%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정은 미국 정부가 2013년 2월 한국산 세탁기에 첫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상무부는 첫 판정 때 삼성전자에 부과했던 9.29%의 반덤핑관세를 이번에는 거의 9배로 높였다. 동부대우전자는 첫 판정 때와 동일하지만 LG전자는 13.02%에서 1.57%로 낮아졌다.
관세율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번 조사 대상(2012년 8월~2014년 1월)에 해당하는 통관물량이 극히 미미해 미국 정부에 해명 자료를 제출하는 대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진행 중인 소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8월 미국 정부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가 WTO를 통해 미국의 덤핑 판정을 문제 삼는 이유는 산정 방식 때문이다. 덤핑마진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도 반영해 양쪽을 상쇄한 결과로 산정한다. 그러나 미국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를 제외하고 낮은 경우만 적용해 수출국에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계산하는 ‘제로잉(zeroing)’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제로잉 방식이 WTO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하자, 미국은 수입된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판매된 물량에만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표적덤핑’ 방식에 제로잉을 결합했다. 미국이 새로 개발한 ‘표적덤핑+제로잉’ 방식이 WTO 심판대에 오른 것은 한국산 세탁기 건이 처음이다. 정부관계자는 “선례가 없는 새로운 분쟁이어서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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