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문하생을 상습 성추행 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유명 웹툰 작가가 2심에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이민걸)는 자신의 문하생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웹툰작가 정모(42)씨에게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말 인천지법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고 항소했었다.
18년 차 만화작가인 정씨는 2013년 경기 부천 자신의 화실에서 A(22ㆍ여)씨 등 문하생 2,3명을 두고 웹툰 작업을 해왔다. 문하생들은 정씨 작품의 채색을 하거나 스토리 기획을 돕는 만화가 지망생들이었다. 그러나 정씨는 A씨에게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궁뎅이가 엄청 크다” “나는 새디스트다. 때리면서 희열을 느끼고 때리고 나면 기분이 개운하다”는 식의 발언을 자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씨의 행위는 성추행으로 수위가 높아졌다. 2013년 10월 저녁식사 이동 중 A씨가 동료에게 갈매기살이 어느 부위인지 묻자 정씨는 A씨 오른쪽 가슴을 찌르며 “여기”라고 말했다. 정씨는 같은 해 12월 동료에게 등을 긁어달라는 A씨의 말을 듣고는 그의 브래지어 끈을 뒤에서 3번 잡아당기고 좌우로 흔들었다. 작년 2월에는 “왜 쓸모 없는 그림을 그리느냐”며 손바닥으로 A씨의 엉덩이를 2회 치기까지 했다.
정씨는 질책을 이유로 손가락으로 허리를 찌르거나 50㎝ 플라스틱 자로 엉덩이와 골반을 때리는 성추행도 했다.
재판부는 “문하생을 반복 추행하고 폭행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인정했으나 “피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초범인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선고된 신상정보 공개명령에 대해서도 취소했다.
지난해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 선출된 정씨는 약초를 소재로 한 웹툰을 그려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만화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인기 작가다. 신인 웹툰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화가를 위한 저작권 지침서’를 그려 무료 배포하는 등 만화가 지망생들 사이서도 명망이 높았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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