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에는 3가지가 없다. 연장전, 우천 취소에 따른 재편성, 엔트리 제한다. 이 중 엔트리가 따로 없는 것은 사령탑들이 눈여겨본 선수를 최종 테스트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선수뿐 아니라 육성선수까지 누구나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두 번째 맞대결. 한화 선수 중 3명이나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117번 지성준(포수)과 118번 정유철(내야수) 109번 채기영(외야수)이다. 여기에 내야수 주현상의 등번호는 07번이었다. 얼핏 보면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뛴 송광민과 같은 7번이지만 ‘0’이 하나 더 붙어 ‘07’이 유니폼 뒤에 박혀 있다.
100번이 넘어가는 등번호는 보통 육성 선수가 단다. 3군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일본 프로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한꺼번에 4명이나 시범 경기에 출전하는 건 이례적이다. 전지훈련 연습 경기 때나 출전 기회를 얻는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지성준은 작년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정유철과 채기영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이고, 주현상은 올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에 지명 받았다. 이들은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로 이어진 1, 2차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에 강점이 있고 타석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게 구단 내 평가다.
결국 지성준은 7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주전 마스크를 썼다.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와 나쁘지 않은 호흡을 과시하며 승리까지 합작했다. 정유철은 2루수, 주현상은 3루수로 연이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루에 정근우, 3루에는 송광민 또는 김회성이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지만 올 시즌 백업으로 팀에 공헌할 만한 기량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채기영은 7일 경기에서 7회 대수비로 출장했다.
이처럼 올 시즌 한화의 시범경기는 젊은 선수들에게 전쟁터다. 이름값으로 야구를 하지 않겠다는 선장 김성근 감독의 확실한 신념 속에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단 유망주들이 기적을 꿈꾸고 있다.
대전=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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