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국대 15학번 새내기 중에는 특별한 이가 있다. 30년 동안 한복집을 운영해온 경영학부 변황희(48)씨가 그 주인공.
변씨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변씨는 6남매 중 막내였음에도 가계를 위해 종로 5가 광장시장의 한복집을 무작정 찾아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27세에는 자기 이름을 내걸고 혼수용 한복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한복집을 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배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전통 의상을 공부하기 위해 찾아 오는 대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 때도 있었다. 아들 둘 모두 대학에 보내면서 학업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고 변씨는 결국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변씨의 생활은 그야말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이었다.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매일 가게 일이 끝난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문제집을 넘겼다. 결국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번에 수시 학생부 전형을 통해 동국대 캠퍼스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변씨는 벌써부터 공부 의욕이 넘쳐난다. 평소 혼수용 한복을 만들어 온 그는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이 겪는 갈등이 시대에 따라 미묘하게 변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변씨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결혼문화를 연구하고 컨설팅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교내 창업 동아리인 ‘자몽’에 가입했다. 변씨는 “결혼문화에 대한 문제를 대학생들과 진지하게 토론하고 연구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며 “귀하게 얻은 기회인 만큼 배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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