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바흐(62)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가올림픽 위원회(NOC)회의에서 ‘스포츠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바흐 위원장은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지난달 코펜하겐에서 발생한 총기테러사건을 언급하며 덴마크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세계 평화를 얘기하기 전 테러로 상처 입은 덴마크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셈이다.
그는 이어 ‘스포츠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스포츠 자체만으로는 세계를 구하거나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는 우리가 더 평화로운 곳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스포츠가 돈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것과 둘째, 스포츠가 정치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스포츠가 고립된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돈과 정치라는 두 가지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에 대한 설명으로 올림픽 개최국 선정을 예로 들었다. 올림픽 개최국을 향한 지구촌의 관심은 개최국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 투자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개최국이 올림픽으로 창출된 이익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재정 상태를 갖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바흐 위원장은 개최국을 선정할 때 해당국가의 정치적 혹은 법률적 체계에 대해 IOC가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IOC가 개최국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올림픽 헌장에 담긴 올림픽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그 예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언급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2013년에 러시아 의회가 반(反)동성애법을 통과시켰을 때 전 세계 동성애자들은 물론 인권운동가들과 수많은 세계시민들이 소치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겐 그 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확약을 얻어냈기에 소치 올림픽이 무사히 성사됐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세계인들이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설 내내 그는 줄곧 자신이 제시한 ‘올림픽 어젠다 2020’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전까지의 IOC 미래 전략을 담고 있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은 재정 투명성은 물론 양성 평등과 올림피즘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세계를 구하진 못 하더라도 전세계 시민 사회가 진보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바흐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IOC를 출범시킨 피에르 쿠베르탱의 말을 인용해 “올림피즘은 세계를 나누는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라며 “올림픽 무브먼트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이 장벽을 다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금보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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