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민심 반영·항거의 표시" 북, 대미공세 계기로 활용
한반도 위기로 불똥튈라 우려, 한미연합훈련 철저대비 주문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북간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험악한 공세로 일관하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서도 복병을 만났다.
이번 사건으로 북미관계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북한이 대미공세의 호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이번 사건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이 사건은 남조선에서 위험천만한 합동 군사연습을 벌여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해서도 “정의의 칼 세례를 안겼다”고 혹평을 퍼부었다.
미국을 향한 북한의 자극적인 공세는 미국의 반발만 사고 있다. 지난해 말 소니픽처스 해킹사건 이후 삐걱대던 북미관계는 북한의 분별없는 위협 발언으로 거리가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놓고 관련국간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북한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 일색이다.
북미관계가 악화하면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5일과 6일 “북한의 태도는 테러에 반대한다는 북한의 대외적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민심의 반영 운운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ㆍ날조하고 나아가 이를 두둔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부의 대응에서는 북한의 비이성적 선동이 한반도 위기 고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강한 우려를 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 악화가 한반도 위기의 비등점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일 “한반도 정세는 북미관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대북 메시지부터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인 김기종의 배후로 북한 연관성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남북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 당국은 북한을 향해 단호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현장을 이례적으로 방문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한미 연합훈련”이라며 강력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성남 공군기지를 방문한 한 장관은 “북한의 어제 반응은 스스로 테러와 반인권 집단임을 자인하는 몰상식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훈련장 앞에서 커티스 스카파로티 연합 사령관을 만나 “전날의 테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한미동맹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스카파로티 사령관은 “어제 테러범이 한국 국민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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