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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주는대로… 소방관 의복 납품과정 허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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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주는대로… 소방관 의복 납품과정 허술했다

입력
2015.03.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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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방화복 품질검사 통과 후엔 미검사 제품으로 바꿔 소방서 전달

기동복 등 일반의복 6만여 점도 검사 없이 마구잡이 납품

안전처, 관련업체 16곳 검찰 고발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지구촌교회에 화재 진압을 마치고 나온 소방대원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지구촌교회에 화재 진압을 마치고 나온 소방대원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관 특수 방화복이 무더기로 전국 소방관서에 납품된 것과 관련해 국민안전처가 관련 업체 16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문제가 된 특수 방화복 5,000여벌 외에 기동복, 근무복, 방한복, 점퍼 등 소방관들의 일반 의복 6만여점도 품질검사 없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들이 직접 소방서에 물량을 배송하면서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으로 바꿔치기해 전달할 정도로 납품 과정은 허술했다. 안전처는 감사원에 소방장비 구매시스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소방장비관리시스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안전처는 6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ㆍ이하 기술원) 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관 특수 방화복을 납품한 업체 2곳, 기동복 등 일반 의복 6만여점을 납품한 업체 12곳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적발된 2개 업체를 포함해 검찰 수사를 받는 업체는 16개로 늘었다.

고발된 특수 방화복 업체들은 기술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은 특수 방화복만을 따로 납품하거나 정상제품과 섞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 방화복은 한 벌당 50만~60만원으로 화염이나 고온에 취약한 기존 구형 방화복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2010년 1월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전처가 밝힌 특수 방화복 구매 과정은 화마와 맞서 싸우는 소방관들의 최소한의 보호장비이자 최후 방어선인 장비 납품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허술했다.

일선 소방관서에서 특수 방화복의 조달계약을 요청하면 조달청에서 계약자를 선정하고 업체는 기술원에 제품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조달 과정부터 제품 검사까지는 정부 또는 정부 산하기관이 직접 관여하게 돼 있지만 기술원 검사 후 특수 방화복이 일선 소방관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전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납품 업체가 기술원 검사를 통과한 특수 방화복을 직접 일선 소방관서에 전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불량 제품으로 바꿔치기 하더라도 일선 소방관들은 알아 챌 방법이 없다. 특수 방화복 한 귀퉁이에 찍힌 작은 날인을 통해 품질검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잘 눈에 띄지 않고 쉽게 위조도 가능하다.

안전처는 뒤늦게 구매 절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방 장비 구매 시스템 전반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또 품질검사 후 기술원이 직접 제품을 일선 소방관서에 배송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날인 대신 고유번호가 새겨진 별도의 라벨을 방화복 등에 부착할 계획이다.

안전처는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특수 방화복 5,000여벌을 포함해 이들 업체가 납품한 1만9,318벌을 전량 회수 조치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품질검사를 거치지 않은 방화복이 이미 수개월 이상 사용돼 성능 기준에 미달되는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할 것”이라며 “검찰 고발조치와는 별도로 소방장비 검사 및 납품시스템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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