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야마 이치로 지음ㆍ심정명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424쪽ㆍ1만9,000원

오키나와는 1872년 일본이 식민지로 병합하기 전까지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부터 27년간은 미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미군과 일본군 사이의 오키나와전투는 12만명의 주민이 사망할 정도로 큰 피해를 남기며 일본의 패망을 앞당겼다. 우리에겐 아열대 기후의 휴양지이지만 현지인들에겐 극빈, 전쟁, 기지화 등으로 얼룩진 고통의 땅이다.
교토 태생으로 오랫동안 오키나와 사상사를 연구한 저자는 국가가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은폐해 온 오키나와에 대한 지속적 폭력을 더듬는다. 오키나와 근현대사에서 늘 등장하는 질문인 ‘오키나와는 일본의 한 지역인가 아니면 식민지인가’는 그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상존하는 계엄 상태에서 침묵하는 이들이 하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오키나와를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통 받고 있는 오키나와인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키나와 문제를 다루던 기존의 틀을 넘어서기 위해 저자가 끌어들인 게 ‘유착(流着)의 사상’이다. 정착과 대비해 쓴 관념적 단어인데 타의에 의해 고향에서 이탈해 유랑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사유하기 위한 개념이다. 저자는 정착해 사는 듯 보이는 오키나와인들의 현재에서 유랑과 이탈을 읽어내는 한편 유랑과 이탈의 개념을 통해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길 기대한다.
이 책이 다루는 문제의식이 오키나와인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국가와 제도의 폭력에 의해 묻혀 버린 진실이란 우리 곁에도 일상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선 은폐된 것들을 제대로 읽어내는 사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