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크로네시아 폰페이섬 근무하며 선수 경험 살려 복싱 트레이너 양성
한국인 최초 세이셸 부임 후엔 교민·선원 보호 영사협력원 활동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만 13시간 걸리는 인도양 서부 마다가스카르 북동쪽에 있는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 이곳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의 선박과 선원을 관리하는 이가 있다. 동원산업 선망운항팀에 근무하는 유정희(31)씨다.
세이셸하면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대표적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인근 소말리아 해적들의 출몰로 인해 위험이 컸고, 국내 참치 선망선들은 인도양에서 조업조차 하지 못했다. 해적들이 소탕된 2013년이 되서야 국내 선망선들이 투입됐는데 국내 선박과 선원을 지원·관리할 인력이 필요했다. 국내에서는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법칙’으로 알려지기도 한 미크로네시아 폰페이섬에서 선망을 관리했던 그가 셰이셸 시장을 개척할 적임자로 뽑힌 것이다.
폰페이섬과 세이셸 공화국에서 근무한 이력도 특이하지만 그를 돋보기에 하는 것은 현지인과 현지 교민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는 점이다.
유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폰페이섬, 세이셸 모두 관광하기엔 좋은 휴양지지만 완전 오지다. 때문에 살기는 매우 힘들다”면서도 “드문 기회였고,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2009년 동원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유씨는 부산과 서울 본사에서 선원인사팀, 운항팀에서 근무하다 두 경력을 배경으로 2012년 미크로네시아에 발령받게 됐다.
그는 고등학생 때 복싱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을 정도로 복싱에 재능이 있었다. 대학진학을 위해 복싱을 접었지만 이 재능은 폰페이섬에서의 기부로 이어졌다.
“여가시설이나 놀이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학교를 마치면 길거리에서 앉아서 잡담하거나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를 보고 폰페이섬의 스포츠위원회를 찾아가 복싱을 가르치고 싶다고 얘기했고, 정부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복싱교실이 시작됐습니다.”
유씨는 처음에는 국가대표 선수를 키우려고 했지만 이 지역에서 평생 근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트레이너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트레이닝 코스를 만들었다. 1년 만에 탄생시킨 트레이너만 12명이다. 현재는 미크로네시아 국가대표 복싱팀으로 발전했다. 유씨는 복싱 교육이 알려지면서 현지 신문에 2쪽에 걸쳐 게재될 정도로 유명인사다.
유씨는 “2016년 괌에서 퍼시픽올림픽이 열린다”며 “같이 땀 흘렸던 선수들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하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이셸에 한국인 처음으로 선망선을 관리하는 사무소에 부임한 것이다. 이곳에 한국인 교민은 총 9명. 유씨는 재외 국민 보호를 위해 상주 공관이 없거나 먼 지역에 설치하는 영사협력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민들이나 선원들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복싱 전문가들이 많아 복싱을 가르치지 못해 아쉽지만, 활동비를 모아 기부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현지 올림픽 선수들의 치료를 도울 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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