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지음
레디앙 발행ㆍ319쪽ㆍ1만5,000원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발행ㆍ308쪽ㆍ1만5,000원
정권마다 땅땅 큰소리를 쳤다.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 경제를 연평균 7% 성장시키겠다. 부처들은 이를 행동강령으로 삼았다. 5년 내내 토건예산을 골자로 한 단기 성장 수단이 쏟아진다. 온 나라가 이를 쥐고 일제히 질주한다. 살림살이 좀 펼 것이라 굳게 믿은 채. 결과는 어땠나. 한마디로 형편없다.
‘성숙자본주의’는 성장에 대한 병적 강박이 지닌 모순을 거침없는 입담으로 설파하는 칼럼집이다. ‘88만원 세대’의 경제학자인 저자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소위 목표성장률, 성장모델이야말로 “대표적으로 국민경제를 망친 요인”이라고 일갈한다. 정부 국회 국민이 모두 입만 열면 성장을 말하는 시대에 그가 던지는 외침은 요컨대 “성장은 끝났다”쯤 되겠다.
저성장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추세이자 고정변수이며, 한국경제는 이미 다 같이 뛰어도 몸집을 불릴 수는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우리가 성장 강박에 내몰린 원인은 선진화 담론에 있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승리로 이어져 온 담론싸움에서 선진화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강력한 프레임으로 자리잡았다고 봤다. 선진화 구호는 서구에 대한 국민들의 무의식적 열등감을 자극하며 당위를 확보했다. 반면 민주화는 ‘올드하다’는 이미지에 갇혔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MB정권이다.
이후 10년간 성장한 것이라고는 인위적 불균형뿐. 성장담론에 취한 한국경제에 저자가 던지는 돌팔매는 꽤 모질다. “퇴행이 시작된 시대” “길을 잃은 나라” “시궁창” 등 거친 비유가 넘친다. ‘퉁퉁 불어터진 국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굴레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성장률 고용률 이자율 따위의 거시 지표를 책상에 늘어놓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거대 시스템 위에서 경제수석과 정책실장 정도가 경제를 조율 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버리고 “대상을 세분화한 미시정책” “숨결이 느껴지는 정책”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처에 깔린 기형적 불평등부터 바로잡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성숙 자본주의의 골자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방문해 들여다 본 지역 경제 실상도 읽을 만하다. 속 터지는 이야기뿐이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다. 경제학자로서의 “비장함을 버리고, 유머가 폭발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에 걸맞다.
그는 ‘잡놈들 전성시대’에서 풍자와 조롱을 본격적으로 폭발시킨다. 이 책은 첫 정치 에세이로 앞의 책과 나흘 간격으로 발간했다. 지난 대선 직후 느낀 단상,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 ‘경제공부모임’을 운영하게 된 과정 등을 담았다. 여의도에 발을 담은 이후에 관한 대목은 정치권 민낯에 대한 폭로이자 “잡놈들은 제발 찍지 말라”는 격문이다. 그에게 잡놈이란 “인사권에 기대어 감사를 피해 공공의 돈을 유용하는, 갑과 을 위에 존재하는 놈”이다.
야당 과외교사로서 야성(野性)을 주저 없이 드러내지만, 여야 모두를 향해 입심을 발휘한다. 그래도 원하는 것은 야당의 대선승리다. “나는 2017년 대선을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전쟁에서 지면, 한국은 과거에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단절형 경제로 가게 될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사는 동네, 먹는 음식, 학교, 다니는 길이 다른 것. 그게 단절형 경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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