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 라나 델 레이는 이제 긴장해야겠다. 재능 있는 후배 여가수들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노래도 잘하고 개성도 넘치며 재능도 뛰어나다. 미모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찰리 XCX, 아리아나 그란데, FKA 트위그스는 그 중에서도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신인들이다.
1992년생으로 올해 스물셋인 찰리 XCX는 간결하고 강렬한 이름처럼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음악을 선보이는 신예 영국 팝스타. 그의 음악은 쉽고 단순하며 달짝지근한데 은근히 반골 기질이 녹아 있다. 아이코나 팝의 2012년 히트곡 ‘아이 러브 잇(I Love It)’을 떠올리면 된다. 이 곡을 작곡한 이가 찰리 XCX다. 영화 ‘안녕, 헤이즐’ 삽입곡이자 XCX의 대표곡인 ‘붐 클랩(Boom Clap)’도 ‘아이 러브 잇’과 성향이 다르지 않다.
찰리 XCX의 음악에선 1980년대 영국 뉴웨이브와 미국 펑크 록이 마돈나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파이스 걸스로 이어지는 댄스 팝과 쫄깃하게 밀착한다. 실제로 10대 시절 XCX는 스파이스 걸스 같은 걸그룹 멤버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댄스 팝과 노선을 달리하는 그는 벌써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출신 래퍼 이기 어제일리어와 함께 부른 ‘팬시(Fancy)’ 덕에 그래미상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붐 클랩’이 담긴 찰리 XCX의 두 번째 앨범 ‘서커(Sucker)’는 지난달 24일 국내 발매됐다.
갈색 머리를 질끈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인 아리아나 그란데(22)는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인 여성 가수다. 찰리 XCX와는 이기 어제일리어와 함께 듀엣 곡을 발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BS ‘K팝스타 4’에서 서예안이 불러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프로블럼(Problem)’이 그 곡인데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다.
10대 초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그란데는 TV시리즈를 통해 10대들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3년 데뷔 앨범 ‘유어스, 트룰리(Yours, Truly)’가 발매 첫 주에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제2의 머라이어 캐리라고 불릴 만큼 자신감 넘치는 4옥타브의 고음이 그만의 장기. 실제로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가수들로 그란데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블랙 아이드 피스의 여성 멤버 퍼기 등을 꼽는다. 최근 빌보드 차트에 오르내리는 팝 음악이 궁금하다면 지난해 여름 국내에도 발매된 그란데의 두 번째 앨범 ‘마이 에브리싱(My Everything)’ 수록곡 ‘프로블럼’부터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다.
FKA 트위그스(27)는 대중적인 팝 음악이 아닌 실험적인 인디 음악을 하는 탓에 찰리 XCX와 아리아나 그란데에 비하면 지명도가 많이 떨어진다. 노래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10초 만에 탈락할지 모른다. 독특한 이름(FKA는 ‘옛 이름(Formerly Known As)’의 약자)답게 음악도 특이하다. 무용수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춤과 음악에 눈을 뜬 트위그스는 카일리 미노그, 제시 제이 등의 뮤직비디오에서 백댄서로 활동하다 2012년 첫 미니앨범(EP)을 내고 데뷔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다.
매시브 어택, 트리키 같은 1990년대 트립합의 음습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인더스트리얼 록의 음향적 요소, 2000년대의 인디 일렉트로닉 팝의 비트를 섞은 그의 독특한 음악은 영국은 물론 대서양을 넘어 미국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범상치 않은 그의 음악에 평단이 먼저 열광했다.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 ‘LP1’은 빌보드 앨범 차트 30위까지 올라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뒀다. 하지만 최근 그의 이름이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 음악보다 사생활 때문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연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이 현재 그의 약혼자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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