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중개수수료' 권고안… 서울시의회, 내달 결론 내기로
지방의회 조례 심의 잇따라 보류, 5월 이후에나 본격 시행될 듯
서울 사당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강모(35)씨는 최근 마포구 아현동에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강씨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6월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강씨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부동산중개수수료다. 주택 구입가격(7억4,500만원)이 6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현재로는 ‘0.9% 이하’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정부가 권고한 ‘반값 수수료’가 적용되는 경우 ‘0.5% 이하’로 줄어드는 탓이다. 잔금 납부시기인 6월에 어떤 요율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370만원에서 670만원까지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강씨는 “제도가 늦게 바뀌면 수수료 부담이 300만원이나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왜 이렇게 미루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중개보수 개선을 위해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에 ‘반값 수수료’ 권고안을 내놓은 지 벌써 4개월.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 등 이익단체와 ‘표심’에 휘둘린 지방의회들이 잇따라 관련 조례 심의를 보류하면서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사 최대 성수기라는 봄철을 넘기고서야 늑장 시행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들끓는다.
5일 국토교통부, 각 시도의회 등에 따르면 일부 거래금액구간(매매 6억~9억원 미만, 임대 3억~6억원 미만)의 중개보수 요율을 절반 가까이 낮춰(0.9%이하→0.5%이하, 0.8%이하→0.4%이하) 거래자들의 이사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권고안은 좀처럼 지방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고안 심의에 나선 시도의회는 서울시, 경기도, 세종시, 충북도, 경남도, 강원도 등 6곳. 이 중 관련 조례를 통과시킨 곳은 고가주택이 많지 않은 강원도 의회 단 1곳에 불과하다.
서울시의회는 2일 정부 권고안을 그대로 담은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상임위(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던 계획을 보류했다. 이달 30일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조율해 본 뒤 내달 서울시의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례개정안이 통상 본회의 통과 후 시행까지 한 달여가 걸리는 만큼 새로운 중개보수 제도는 아무리 빨라도 5월 이후에나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비자의 가격협상 권리를 제한하는 고정요율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결국 심의를 보류했던 경기도는 더욱 안갯속이다. 의회는 3일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취합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2일 정부 권고안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기획행정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인 인천시의회의 경우도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지자체의 경우 권고안의 혜택을 받게 되는 고가 주택들이 다른 시도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를 기대하고 봄철 이사를 준비했던 이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반값 수수료’의 혜택이 적용되는 금액구간 주택의 비율(2013년 기준)은 26.5%(매매), 25.4%(임대)로 추산된다.
지방의회들의 늑장이 이사철 매매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중개수수료가 내려갈 때까지 굳이 매매를 서두르지 않거나 등기지연이나 잔금처리 연기 등의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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