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강연장서 피습… 동맹국서 테러당한 것은 처음
범인 김기종, 반일·반미단체 대표… 셔먼 발언 이어 동맹관계 시험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반일ㆍ반미 성향 문화단체 대표에게 흉기로 공격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정부와 청와대는 차관회의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한미 양국도 “이번 피습사건이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협력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번 사태로 한미 동맹관계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에 따르면 문화단체인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55)씨가 5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팔 다섯 군데를 길이 25cm 과도로 공격했다.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을 거쳐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병원 측은 “1,2cm만 더 깊었으면 목 경동맥 손상으로 생명과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정부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워싱턴과 서울의 각급 외교채널을 모두 가동해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도 벌였다. 중동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며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리퍼트 대사는 “따뜻한 말씀을 듣게 돼 영광”이라며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항상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발언을 계기로 한미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까지 발생함에 따라 한미관계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반한 감정이 증폭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일을 한미 동맹 관계와는 별개의 ‘단발사건(isolated incident)’으로 규정하고 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하자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도 일단은 “우리는 이 같은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중립적인 입장만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위로 전화를 걸어 “그와 그의 아내 로빈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버내딧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피습 사건을 보고받은 뒤 “이번 사건은 주한 미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철저한 수사 및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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