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토드라마·주말 황금시간 예능… 시청률 좋은 편성·포맷 그대로
케이블 방송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발표한 봄 개편의 내용은 이렇게 요약된다. 케이블?종편이 지상파보다 혁신적인 편성과 포맷을 시도해 높은 시청률로 호평을 받자 이를 따르기에 급급한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KBS다. KBS는 이르면 5월부터 금토드라마를 편성한다. 지상파에는 없던 금토드라마는 tvN이 2013년 5월 ‘꽃할배 수사대’를 편성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급남녀’ ‘연애 말고 결혼’ ‘미생’ 등을 통해 새롭게 구축한 영역이다. 특히 ‘응답하라 1994’와 ‘미생’은 10% 내외의 시청률을 내면서 tvN 금토드라마의 위력은 막강해졌다. KBS가 이제 tvN이 2년에 걸쳐 구축한 시간대에 진입해 경쟁하려는 것이다. 이미 1월부터 김재중 배종옥 등을 내세운 ‘스파이’를 금요일 2회 연속 방영으로 편성해 시험을 거쳤다. ‘스파이’의 시청률은 3~4%대에 그쳤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KBS 금요드라마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KBS는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극본을 쓰고 서수민 예능국 PD가 메가폰을 잡은 금요드라마 ‘프로듀사’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김수현 차태현 아이유 공효진 등이 출연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KBS가 금토 오후에서 심야 시간대까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tvN 등에 광고가 몰리자 케이블을 쫓아서라도 모험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도 주말 오후 9시대 황금시간에 막장 드라마를 버리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개편을 시행한다. 토요일에는 이경규 조재현 등 아빠와 딸의 관계를 관찰하는 ‘아빠를 부탁해’를, 일요일에는 개그 프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편성해 잃어버린 시청률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SBS의 주말 오후 예능 카드도 tvN의 ‘SNL코리아’(토)와 ‘코미디 빅리그’(일), JTBC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과 맞붙는다는 점에서 케이블?종편 따라하기에 가깝다. SBS는 이들 프로그램이 꾸준히 3% 이상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 이보다 시청률이 낮은 ‘떴다! 패밀리’ ‘내 마음 반짝반짝’을 조기 종영해서라도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EBS의 봄 개편은 프로그램 포맷 면에서 케이블?종편의 향기가 짙다. 평일 오전 시간대 방송되는 ‘부모’를 ‘부모-고수다’ ‘부모-놀라운 데이터’ ‘부모-그녀의 품격’ 등 연예인 쇼핑호스트 등까지 합세한 ‘집단토크쇼’ 형식으로 개편했다. 10대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학교 요리왕’ 등도 요리와 서바이벌이라는 케이블 방송의 포맷을 따른 것이다. EBS측은 “포맷 장르에 대한 구분 없이 교육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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