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5일 강력한 금융개혁 추진을 위해 당국, 금융회사, 소비자, 전문가 등을 망라한 회의체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1997년 발족돼 금융정책 및 감독기능 분리, 업권 칸막이 제거 등 대대적 변화를 주도한 금융개혁위원회를 본떠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금융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업이 뭔가 고장났다”며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이번 대책을 두고 “임 후보자가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보다 ‘코드 맞추기’에 신경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10일)에 앞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사전 제출한 질의 답변서에서 “예대 마진, 담보ㆍ보증 위주의 영업 행태에 안주하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본시장의 성장잠재력, 세계적 수준의 IT기술 등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금융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임 내정자는 이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로서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적기”라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성격의 ‘금융개혁회의’를 설치하고 산하 추진기구로 금융위원장이 직접 단장을 맡는 ‘금융개혁 추진단’을 두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추진단의 중심과제로 ▦감독ㆍ검사ㆍ제재 쇄신 ▦자본시장 육성 ▦기술금융 정착 ▦핀테크 육성 ▦금융회사 자율문화 정착 ▦규제의 큰 틀 전환을 제시했다.
임 내정자의 답변을 두고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이란 목표에 함몰돼 금융건전성 감독이라는 또다른 임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개혁회의 설치 계획은 “외환위기 전 금융개혁위원회가 한 정도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날 최 부총리의 주문을 고스란히 수용한 꼴이어서 “금융 당국의 수장을 맡아야 할 후보자가 벌써부터 기재부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신학용 의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한다는 임 내정자의 구상을 두고도 “금융당국은 코치보다는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자율성 향상을 중시했던 그의 평소 소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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