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27)은 스프링캠프 기간 체인지업에 관한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동안 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하는 이유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공을 많이 던지는 투수니까, 타자들이 빠른 공을 노리니까…”라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 피치 투수라는 인식이 강했던 김광현은 지난 2년간 투심과 커브, 체인지업 등 새로운 구종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실험해봤다. 하지만 커브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쓸 수 있을 만큼의 확신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는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투구 수도 늘어났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이닝당 17.3개의 공을 던졌다. 실점을 최소화해도 5회에 한계 투구 수에 다다른 적도 있었다. 부상 우려를 떨쳐내기 시작한 2013년에도 이닝당 투구 수는 17.1개로 많았다. 김광현이 가장 많은 승수(17승)와 이닝(193⅔이닝)을 소화하며 전성기를 누린 2010년에는 이닝당 16.1개로 최근보다 1개 이상 적었다.
김광현은 올해 목표로 200이닝 소화를 내걸었다. 김용희 SK 감독 역시 김광현이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이닝이터가 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김광현은 실전에서 결정구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체인지업 장착에 공을 들였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에 차이가 났던 것을 캠프 동안 최소화했다. 그 결과, 지난달 27일 니혼햄과 평가전에서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는 결실을 이뤘다. 당시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을 잡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실전에서 이상적인 투구 비율을 100개 기준으로 직구 50∼60개, 슬라이더 25개, 커브와 체인지업 각각 10개 정도로 꼽았다.
김광현은 또한 효율적인 피칭의 연장선에서 마음가짐도 바꾸려 하고 있다. 그는 “실점을 하면 투수로서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면서 “예를 들어 1사 3루라면 외야 플라이로 1점을 주고 주자 없는 상황에서 편히 던지는 게 낫지, 예전처럼 삼진을 잡은 다음 땅볼이나 뜬공으로 실점 없이 막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같다. (류)현진이 형(LA 다저스)도 이 말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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