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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사정 합의를 원한다면

입력
2015.03.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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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노사정이 노동시장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개선에 합의한 뒤 2개월여 노사정과 공익위원들은 이틀이 멀다 하고 머리를 맞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사회안전망’ ‘임금·근로시간 등 현안문제’가 우선 논의 대상이었다. 수십 차례 논의로 이견을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노사 인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원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불합리에 내재한다고 진단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원의 불균등 배분 그리고 경제적 성과 집중과 독점이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이며 따라서 이런 문제를 아우르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이를 토대로 한 경제민주화가 궁극적 해법이라고 한다.

경영계는 노동시장을 규율 하는 각종 제도, 정부 정책 및 정치 역학 등이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기업 활동을 제약해 불필요한 비용을 양산하며 이 영향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보수적 경영을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양산, 공장 해외이전 및 그에 따른 사회양극화 이면에 이런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와 철학이 다르니 이견은 당연하지만 앞을 본다면 타협은 불가피하다. 노사정 타협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기업 단체교섭과 달라야 한다. 단체교섭은 임금과 근로조건 배분 즉, 노사간 이해관계의 분배적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노사정 대화는 통합적 교섭을 특징으로 하며 파이의 확대와 확장이 제일 목적이다. 분배적 교섭에서는 정보의 과장과 의도적 왜곡을 통해 상대를 위협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통합적 교섭에서는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요컨대, 노사정은 당사자 이해 보다 노사 공동의 가치를 확대할 방법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사정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노동계는 노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왜 근로계층 조차 노조를 외면하는지, 노조 조직률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에서 왜 간접고용을 더 많이 활용하는지, 노동자가 왜 보수정권에 투표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경영계는 규제완화 요구 전에 기업과 기업인들이 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인지, 공장에서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 없이 자신들의 경제적 성과가 가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노동시장 양극화 책임의 상당부분이 대기업에 있다는 사실, 아울러 노동시장 양극화의 과실을 대기업이 독점해 왔다는 것도 중요한 성찰의 대상이어야 한다.

정부도 자유롭지 않다. 관료적 이기와 정책 만능주의가 초래한 혼란은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시장은 관행, 문화, 규율 등이 작용하는 영역이며 거래와 조정의 메커니즘이 지배적인 공간인데, 시장의 많은 이슈들을 제도와 정책으로 포섭하려 하지 않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지나친 노동시장 개입은 노동시장 내 자율적 이해조정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사정 합의가 가능하려면 당사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성공적인 노사정 사회적 타협이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에 대한 노사정간 이해 공유는 사회적 대화의 가장 중요한 전제일 것이다. 시가총액 100위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1 이상이 만성 부채에 허덕이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형편인데 그들의 재무적 후견인인 주채권은행은 국가 소유의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다. 중소기업의 생존 기간은 평균 10년에 불과하며 신생 중소기업의 50%가 2년 내 소멸되고 있다. 신규 대졸자의 약 45%가 일자리 없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있으며, 구직을 포기하고 단시간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노동력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중소기업 그리고 노동시장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이 사실만으로도 노사정이 타협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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