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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한 채로

입력
2015.03.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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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이상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나이에 안 어울리게 이상한 책을 읽는구나, 어린애답지 않게 이상한 단어를 쓰는구나, 우주에 물고기를 그리다니 발상이 이상하구나 등등 나를 둘러싼 이상함에는 끝이 없었다. 어느 날엔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 친구에게 주황색을 좋아한다고 답했더니 이상하다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했더니 사람들은 보통 파란색이나 빨간색을 좋아한단다. 아직까지도 나를 향하던 그들의 걱정 어린 눈빛이 떠오른다.

주눅이 들만도 한데, 커가면서 나는 오히려 이상함을 긍정하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구석을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바꾸고 나면 나 자신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상한 나를 이상한 채로 내버려두고 싶었다. 이상한 책을 읽고 이상한 생각을 하고 이상한 글을 쓰는 나를 나부터 이해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얼마 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각색상을 수상한 극작가 그레이엄 무어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Stay weird, stay different.” 그의 말마따나 이상한 채로 있는 데서, 다른 상태로 머무르는 데서 아마 특별한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이상함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놀랍고 색다른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시시각각 정상과 비정상을 가른 뒤, 조금이라도 기준에서 벗어난 것을 용인하지 않는 이 사회에 더욱 절실한 말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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