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노력을 보며 많이 배웠다”
“어린 연아를 보며 저 또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25) 선수의 전 개인트레이너가 늦깎이 경찰이 됐다. 지난해 1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12월 임용된 경기 여주서 홍문지구대 장남진(33ㆍ여) 순경은 2006~2008년 3년간 김 선수의 체력훈련을 도운 트레이너였다.
2005년 세명대 체육학과를 수석 졸업한 장 순경은 서울 답십리 한 클리닉 병원에서 일하면서 김 선수와 인연을 맺었다. 발목 부상으로 병원을 찾은 김 선수의 마시지 치료를 맡아 교감을 나누다 전담 트레이너가 된 것. 생활체육지도자 3급, 스포츠마사지 2급 등 무려 9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실력도 인정 받아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 선수의 체력훈련을 이끌었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꺾고 한국 피겨사상 처음으로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는 등 성과도 컸다. 장 순경은 김 선수의 뼈를 깎는 노력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연아는 어린 나이에 마음껏 먹지도, 놀지도 못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기를 희생했어요.”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김 선수의 영향이 크다.“나이를 더 먹기 전에 안정적이면서도 연아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일을 찾던 끝에 ‘경찰’이다 싶더군요.”
캐나다 벤쿠버 올림픽을 1년여 앞둔 2009년 초 대한빙상연맹 등의 체계적인 지원 계획이 수립되면서 김 선수 곁을 떠난 장 순경은 곧바로 시험 준비에 나섰고 4년여 만인 지난해 꿈을 이뤘다.
공부할 때는 강원 평창경찰서 소속 경찰인 형부(최성훈ㆍ36ㆍ경사)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장 순경은 “형부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생활에 익숙하고 성격도 밝아 조직생활에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용기를 북돋았다”고 했다.
아직 배우는 단계여서 직무수행에 서툰 점이 많지만, 장 순경이 꿈꾸고 있는 경찰상은 분명하다. 범죄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돼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는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치료한 환자들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어요. 특기를 살려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2차 피해를 막는 수호천사가 되고 싶습니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경기청이 ‘미래 파워 여성’으로 꼽은 장 순경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 움직여야 해 항상 긴장 되지만, 연아처럼 자신을 절제해 국민에게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는 경찰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