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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의식한 與, 법 자체 손대기보단 시행령 보완에 무게

입력
2015.03.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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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보완 필요하다면 할 것" 김무성 "시행령 만들 때 조정"

"위헌 소지 일부 조항 조속히 해결" 개별 의원 차원 개정안 봇물 여지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정부 여당이 ‘김영란법’ 후폭풍에 화들짝 놀랐다.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 하루 만에 제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란법 자체를 수정하기 보다는 정부 시행령 제정 작업을 면밀히 살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사실상 법 개정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통한 입법보완에 무게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영란법 자체를 수정하기 보다는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입법 보완을 거론하며 “특히 8조 3항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대통령령의 가액 등은 서민경제와 관련이 큰 만큼 (시행령을 준비하는) 행정부와 면밀히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자윤리법 안에 있는 윤리강령과, 법 시행령을 만들 때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구체적으로는 금품제공의 예외 조항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의 금액 수준을 시행령으로 정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새누리당이 법 개정 대신 시행령을 통한 입법보완에 방점을 찍는 것은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입법 하루 만에 당 지도부가 나서 법 자체를 개정하자고 나설 경우 누더기ㆍ졸속ㆍ과잉 입법이라는 비난을 새누리당이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여론 향배 따라 전면적 개정 논의 불붙을 수도

하지만 정치권이 김영란법의 전면적 개정 논의를 마냥 뒤로 미룰 수는 없어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성명을 통해 “명확성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김영란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불고지죄’ 조항을 두고 위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친족이나 가족이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한 우리 형사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불고지죄 조항’ 삭제 필요성을 지적했다.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원ㆍ언론사 종사자 등 민간영역까지 지나치게 확대한 것도 수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헌 변호사는 “헌법 7조에서 규정한 공직자를 언론인 등과 어떻게 동일하게 규율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4월 임시국회부터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3월 국회가 열리지 않는 만큼 의원들이 지역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졸속 입법을 질타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게 된다면 전면적인 법 개정 논의가 조기에 불붙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 거부권 통해 국회 재논의 요구해야” 목소리도

여야 정치권에서 김영란법 개정안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 통과까지 2년 6개월이 걸리긴 했지만, 제대로 된 상임위 심사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위헌 소지가 큰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만큼 개별 의원들이 개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며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달리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만큼 보다 완결성 있는 입법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한 여당 지도부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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