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죽음의 초미세먼지, 연 1600명 앗아 가"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죽음의 초미세먼지, 연 1600명 앗아 가"

입력
2015.03.05 04:40
0 0

8기서 하루 석탄 3만여톤 태워 미세먼지 농도 24시간 '매우 나쁨'

한마을 주민 200여명 중 24명이 암, 발병률 전국 평균보다 5배나 높아

“암 판정을 받았으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 아니겠나.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렇게 해로울 줄 알았다면 애초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2일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에서 만난 임종석(81)씨는 지난 2011년 폐의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폐암 때문이었는데 이듬해에는 암세포가 위로 전이돼 이번에는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임씨는 “저녁에 갑자기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가빠 병원에 갔더니 폐암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지금 그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농사일은 거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24시간 내내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비산먼지ㆍ미세먼지(PM10)ㆍ초미세먼지(PM2.5)에 직접 노출돼 있다. 이날 측정된 이곳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으로 전국 평균인 나쁨 수준을 웃돌았다. 교로2리 주민들은 마을에서 3㎞도 못 미쳐 8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데다, 두 개의 송전탑이 마을을 가로질러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2009년 위암 판정을 받은 임청일(74)씨는 “송전탑 밑에서 형광등을 들고 있으면 불이 켜질 정도로 전자파 영향이 크다”고 불안해 했다. 지금까지 교로2리에서는 30년 이상 거주자 200여명 중 24명(13명 사망)이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1999년 이후 암 진단을 받았다. 전국 평균 암 발병률(2.2%)보다 무려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교로리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진석(66) 이장은 “가을에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다듬다 보면 속 사이마다 검은 석탄재가 내려 앉아 있다”고 말했다. 임관태(57)씨는 “강한 바람이 불면 석탄화력발전소 회처리장에 야적한 석탄재가 눈처럼 날린다. 돔 건설 등을 요구했지만 당진화력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수년 째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동서발전 산하 당진화력은 현재 교로2리 인근에서 발전용량 5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 가동을 목표로 100만㎾급 9ㆍ10호기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하루에 태우는 석탄은 3만2,000톤에 달한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3리 주택가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미세먼지, 수증기 등이 포함된 회색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매년 1,600명 조기 사망

심각한 건강 피해와 환경오염은 값싼 에너지로 각광받아 온 석탄화력발전의 어두운 이면이다. 배출된 분진과 온실가스는 ‘보이지 않는 비수’가 돼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4일 미국 하버드대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공동 연구해 발표한 것만 봐도 석탄화력발전의 위해성은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3기에서 나오는 PM2.5만으로 뇌졸중(370명)ㆍ허혈성 심장병(330명)ㆍ만성폐쇄성 폐질환(150명)ㆍ폐암(120명)ㆍ기타 심폐질환(120명) 등에 걸려 연평균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24기가 추가 완공되는 2021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조기 사망자 수가 1,100~2,8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먼지를 뜻하는 데, 이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를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대기응용과학연구팀을 이끄는 미국 하버드대 대기화학환경공학과 다니엘 제이콥 교수의 주도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미세먼지 건강위험성 정량적 평가 모델에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PM2.5 발생량ㆍ예상 배출량을 넣어 계산했다.

정부도 “향후 10년간 PM2.5 줄지 않아”인정

머리카락(50~70㎛)보다 30배 가량 작은 PM2.5는 세포벽을 직접 통과해 여러 신체 기관에 악영향을 준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PM2.5는 만병의 원인”이라며 “폐질환ㆍ폐암ㆍ천식ㆍ뇌졸중ㆍ동맥경화ㆍ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PM2.5를 1급 발암물질로 구분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경우 매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PM2.5 등 오염물질로 인해 연간 1만7,000여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에서 PM2.5의 연평균 농도가 5㎛/㎥ 늘어날 때마다 협심증, 심근경색 등 돌연사로 대표되는 관상동맥질환 발병률이 13%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진화력 인근 주민의 유독 높은 암 발병률 역시 PM2.5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까지 불리는 PM2.5의 배출량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 “2024년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PM2.5의 1차 배출량은 줄지만 질소산화물 등과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2차 생성량이 늘면서 PM2.5 농도는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현재도 국내 PM2.5 농도가 높은 편이어서 향후 건강 피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 2013년 PM2.5 연평균 농도는 25㎍/㎥으로 뉴욕(13.9㎍/㎥)ㆍ파리(15㎍/㎥)ㆍ런던(16㎍/㎥)보다 훨씬 높다. WHO의 권고 기준은 10㎍/㎥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수많은 환경문제를 초래하는 석탄화력발전 확대 정책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진=글ㆍ사진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