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침에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찍 결혼했던 친구의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이다. “벌써?”라고 묻는데,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갓난아이가 어느새 자랐구나, 친구와 알게 된 지 어느새 20년이구나, 2015년이 밝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3월이구나 하는 생각. 무수한 ‘어느새’를 거치고 나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새해에 했던 커다란 결심이, 떡국과 함께 먹었던 큰마음이 어느새 쪼그라들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 가방을 멘 아이들이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선물 받은 가방임에 틀림없었다. “드디어 내일이다!” 아이가 뛰어오르자 새 가방이 덩달아 솟구쳐 올랐다. 문득 저 아이들에게는 입학식이 있는 3월 2일이 한 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는 시점이니 말이다.
한 해의 시작을 1월 1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지만, 사람마다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은 각기 다를 것이다. 입학생처럼 한 해의 시작이 3월 2일인 사람도 있고 세초 이사를 한 사람에게는 이사한 날이 한 해의 첫날처럼 느껴질 것이다. 한 해의 시작이 바로 오늘인 사람, 한 해의 시작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 한 해가 다 가고 나서야 뒤늦게 한 해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진짜 한 해가 시작되길 매일매일 꿈꾸는 사람도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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