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결의에 따른 정개특위의 활동 기한은 8월31일이다. 결의에는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이 일절 들어있지 않아, 당장 구성한다 해도 휴일을 포함해 앞으로 200일 남짓한 시간 여유뿐이다. 결의가 명시했듯, 정개특위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여야의 이해가 날카롭게 부딪칠 수 있는 의제를 다룬다. 그만큼 그때그때의 정치상황에 따라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여야 각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내부 이견의 조정 필요성까지 감안하면 여야 모두 느긋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당장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여당 중진의원들의 신경전부터 벌어지고 있다. 특위 위원장은 여야가 번갈아 맡아 온 관례에 따라 이번 정개특위 위원장은 여당이 맡게 된다. 그런데 4선의 이병석(경북 포항북) 이주영(경남 창원ㆍ마산ㆍ합포) 정병국(경기 여주ㆍ양평ㆍ가평) 의원을 비롯한 10명 내외가 자천타천으로 위원장을 희망하고 있어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위원장 인선뿐만이 아니다. 여야 각각 10명인 위원 인선을 둘러싼 내부 줄다리기도 이미
치열하다. 정개특위 구성 결의는 지역구 개편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배제하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 개편이 사실상 예고된 지역구만 60곳이 넘고, 여기에는 과소인구 지역인 농어촌이 우선 포함되게 마련이다. 이를 고려한 농어촌 지역 출신 의원들의 ‘정개특위 배제’ 방침에 여야 틀을 넘어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스스로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상식이다.
특위 구성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 정치권의 이 같은 이견은 앞으로 특위가 구성된 뒤 본격적으로 선거구나 선거제도 개편 논의 단계에서 빚어질 갈등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헌재 결정으로 선거구 개편이 예고된 60곳 지역구 문제뿐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도 여론의 커다란 반향을 부른 바 있다. 상대적 유ㆍ불리 계산에 따른 여야 이해가 현실적으로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선관위 제안을 통째로 깔아뭉갤 수는 없다. 결국 하나하나가 예민한 문제들인 여야 각각의 선거제도 혁신안 등과 선관위 제안 등을 함께 논의하다 보면 논의과정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 비추어볼 때 정개특위가 구성 단계서부터 한가하게 시간을 끌 여유는 없다. 이해가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를 일일이 풀기 어렵다면, 단칼에 내리쳐 끊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과연 정치적 타산이 아니라 상식의 칼을 꺼내 들 수 있느냐는 여야 지도부의 역량에 달렸다. 조속한 정개특위 구성과 순항을 위해서 여야 지도부가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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