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수업 진행한 교육감은 처음, 교장·교감 수업 독려하려 직접 나서
4일 오후 1시 15분 경기 수원 서호중학교 2학년 4반 교실에 청바지를 입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들어섰다. 23명의 반 학생들은 “와~”하며 교실이 떠나갈 듯 반겼고, 이 교육감은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새 학기부터 교장ㆍ교감의 수업 참여를 권고한 이 교육감이 직접 교단에 섰다. 현직 교육감이 명예교사가 돼 정규수업을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이 교육감은 담임 조지훈(33ㆍ여) 교사의 도움을 받아 5교시 수업인 ‘창의적 체험-적응활동’을 45분간 진행했다. 수업에선 이 교육감이 사흘간 고민하며 만든‘우리들의 이야기’라는 14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쓰였다.
수업 직전 “사랑합니다”라는 학생들의 정식 인사를 받은 이 교육감은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소란하게 해 미안하다”고 언론의 관심으로 위축됐을 아이들을 다독였다.
수업에 들어가자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질문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등 스스럼없이 소통했다. ▦반항 ▦충동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ㆍ희망 ▦군중심리 등 15가지를‘중2병’으로 정의한 그는 “이것들은 일종의 성장통”이라며 가족, 친구와의 대화를 치료약으로 꼽기도 했다. 이 교육감은 자신의 대표 정책인 ‘9시 등교’도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공부를 ‘나만의 관점과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 이 교육감은 캐나다 유학 시절 고생담 등을 들려주며 공부 방법을 조언했다.
수업 막바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거론한 이 교육감은 “선배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4월 16일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 것”이라고 약속한 그는 추모 묵념으로 수업을 마친 뒤 셀카봉을 이용, 학생들과 기념 사진도 남겼다.
수업을 들은 이재현(15) 군은 “교육감 할아버지와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육감은 수업 뒤 취재진을 만나 “밝고 명랑하게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첫 수업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 꿈을 알면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행정을 이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장 교감은 수업 참여보다 학교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을 에둘러 반박한 것이다.
이 교육감은 앞으로 매주 명예교사로 변신, 도내 31개 시ㆍ군을 차례로 돌며 학생들과 만날 계획이다. 그는 “강요나 압박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한번이라도 수업에 참여한 교장 교감은 전체 4,626명 중 5.8%인 269명이다. 주당 수업시간은 3시간 미만이 257명으로 가장 많고 3~5시간 8명, 5~10시간 4명 등이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