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 파장이 거세다. 학부모들과 학부모 단체들은 어이없어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합의처리를 약속했던 여야 지도부는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당 내에서는 원내 지도부의 안이한 대응과 전략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간사직을 사퇴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인천 송도 어린이집의 충격적 폭행사건을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 가운데 추진됐다. 그래서 보건복지위가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여야는 본회의 합의처리에 의견을 함께 했다. 그런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찬성표는 가결에 필요한 과반에 불과 3표 모자랐다. 표결에 앞서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이탈했고, 소극적인 반대라고 할 수 있는 기권이 46표에 달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더라면 통과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준비했던 찬성토론도 하지 않았다니 여당 내에서 지도부의 전략부재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원들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비난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표만 놓고 보면 어린이집 원장보다는 학부모 표가 훨씬 많다. CCTV설치로 인한 교사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부결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법사위에서는 개정안 내용 중 CCTV를 유ㆍ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학부모들이 실시간 어린이집 상황을 볼 수 있는‘네트워크 카메라’(웹카메라) 설치 조항을 삭제했지만 그런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비등한 여론만 믿고 졸속으로 법안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보는 게 보다 진상에 가깝다.
개정안에는 CCTV 설치 의무화 내용만이 아니라 아동학대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어린이집 운영제한 강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보육교사 인성교육 강화 등의 방안도 함께 담고 있다. 결국 개정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강구한 여러 대책들이 하나도 법에 반영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 협의해 4월 임시국회에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선뜻 믿음이 안 간다. 이번에는 보다 철저히 준비해 똑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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