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배타적인 곳
주민에 먼저 다가가야
농기계ㆍ토지 단기임대
초기 비용 최소화 노력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도시에 비해 한적하고 인심 넘치는 시골풍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 직장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노동을 요하고, 주변 이웃과 틀어지는 순간 1년 농사를 망치게 되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농촌의 밝은 이미지부터 잊으라고 조언한다.
최윤지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농촌은 배타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공동체의 밀도가 높은 농촌 특성상 농인들은 새로 유입된 사람을 낯설어한다”며 “귀농인이 기존 농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마을사람들과의 정보공유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마을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고령사회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권영미 한국벤처농업대 사무국장은 “노인이 대부분인 농촌 특성 상 젊은이에게 물리적인 힘이 필요한 일을 많이 부탁한다”며 “이웃들과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살다 온 도시인들은 이를 부당한 요구나 일종의 텃세로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마을사람들의 부탁이나 요구를 들어주면 농업 노하우 전수와 노동력 공유 등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의미다.
초기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귀농인들은 으레 농기계와 토지 등을 모두 구매하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임대를 권장했다. 최 연구관은 “전국 군청 산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등을 임대할 수 있다”며 “농기계는 1년 중에 며칠만 쓰면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단기임대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이 넘는 트랙터의 경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하루 20~30만원의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다. 지역 공동체와 함께 농기계를 임대해 품앗이를 한 후 다시 반납하는 것도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토지 역시 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을 통해 주변 임대시세보다 최대 50% 싼 가격으로 5년간 빌릴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연구관은 “입문자들은 상추, 청경채, 치커리 등 쌈채류를 재배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쌈채류는 비교적 농사과정이 간편하고 씨뿌리기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현금 순환도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고수익을 노린다면 사과, 배 등 과수품목에 도전하는 것이 좋지만 이럴 경우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까지 3년간 수익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버섯 등 특용작물, 한우 사육 등을 병행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귀농 전 맛보기로 농촌생활을 경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루 4~6시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농촌체험 프로그램 ‘우프(WWOOF)’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우프’를 시행 중이다. 박 사무국장은 “우프를 통해 농촌생활을 미리 점검하면 귀농에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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