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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 원자력협정의 네 가지 조건

입력
2015.03.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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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5년에 걸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선진적, 호혜적 협정’을 만들고,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3개 목표를 관철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데 신 한미 원자력협정이 공개된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지난 40년간 유효했던 구 한미 원자력협정은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축재처리를 위한 ‘핵주권’을 박탈당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는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원자력 협력 관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세계 4대 원전 발전국이며 원전 수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농축재처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핵주권과 농축재처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필자가 ‘농축재처리의 신화와 현실’ 제목의 기고문(한국일보 2014년 9월 11일자)에서 논한바 있다.

그렇다면 신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모든 국가행위의 최고 평가 기준은 단연코 ‘국익’이다. 한미 원자력 협력의 경우, 국익의 기준으로 한미 관계 발전, 원전 수출과 상업적 이익 제고, 원자력의 지속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 세계평화와 번영 증진 등 네 가지를 제기한다.

첫째, 신 원자력협정은 한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한미 전략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안위와 번영과 통일에 미국의 협력과 지지가 필수적이고, 미국의 동북아와 세계 전략에는 한국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핵심 국제안보정책인 농축재처리 확산 반대 원칙을 마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미국도 한국의 농축재처리 획득 요구를 반대한다면, 핵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결과 신 원자력협정은 원자력 분야에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둘째, 원전 수출을 촉진하고 경제 통상 국익에 기여해야 한다. 원전 수출은 거대 프로젝트이고 외교안보적 함의도 있어 미국의 협력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미국의 원천기술을 포함한 우리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수입국 간 원자력협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미국이 한국의 재수출 허가 신청을 신속히 승인해야 한다. 미국은 2009년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에 이런 협력적 태도를 보였는데, 신 협정은 이런 협력 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원자력의 지속성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원자력 연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원자력의 지속성을 보장하는데 관건은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이다. 그런데 플루토늄 추출과 MOX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전통적인 재처리 방식은 고비용과 환경피해와 핵확산성으로 인해 이미 폐기된 모델이다. 따라서 신 협정은 지속 가능한 신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미래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고속로와 첨단 핵연료주기의 개발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은 선도적 중견국으로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및 개발도상국 지원 확대를 통해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경제적 대외의존도 100%, 에너지 대외의존도 97%로 경제취약국이자 에너지자원 빈국으로서 세계평화를 유지하고 교역로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 국익이다. 따라서 신 원자력협정을 통해 핵확산성이 낮은 원자력 이용과 국제협력 모델을 창출하여 세계평화와 번영을 선도해야 한다.

구 한미 원자력협정이 그랬듯이 신 협정도 한미 원자력협력의 신기원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후 새로운 원자력 수요가 창출되고 신기술이 개발되면 협력의 내용과 범위도 계속 진화시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개정 협상을 통해 구축된 한미 양국의 외교와 원자력 당국이 참가하는 고위정책협의체를 계속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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