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정치행사 때맞춰
스모그 사라지고 파란 하늘
APEC 블루 때처럼 정부 오염 통제 나섰나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되자 베이징(北京) 하늘이 푸른색을 되찾았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나타났던 ‘APEC 블루(APEC藍)’에 빗대 ‘양회 블루(兩會藍)’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4일 베이징 하늘은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새파랬다. 잿빛 스모그는 사라졌고, 시민들도 환하게 웃었다. 주중미국대사관 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 베이징의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15㎍/㎥에 불과했다. 베이징 공기가 세계보건기구(WTO) 기준치(25㎍/㎥)를 밑돈 것은 이례적 일이다. 시민들은 이를 ‘양회 블루’라고 명명했다.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마저 이날 기자회견 중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고 정말 마음에 감동이 충만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공기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2일에도 PM2.5 농도는 200㎍/㎥에 육박했고 지난달 19일엔 300㎍/㎥를 넘기도 했다. 1월에도 PM2.5 농도가 500㎍/㎥를 넘나드는 치명적인 독성 스모그가 이어졌다.
베이징 공기가 양회 개막에 맞춰 좋아진 것은 3일부터 강풍이 분 것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쓴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APEC 기간 중에도 당국은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河北)성의 공장 가동 등을 강제로 중단시킨 바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공산당은 스모그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APEC 블루와 양회 블루는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스모그도 단 기간내 얼마든지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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