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6강전 제5국
백 김동호 4단 흑 백홍석 9단
장면 9 김동호가 앞 장면에서 단숨에 형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백홍석이 얼른 1, 2를 선수 교환한 다음 3으로 중앙을 지켜서 이제는 흑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이후 김동호가 열심히 추격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형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흑이 반면 10집 정도는 충분히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 판의 바둑을 완벽하게 이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백홍석이 바둑판을 죽 둘러보며 정밀하게 형세판단을 한 다음 31로 하변을 튼튼하게 지켰는데 이게 실은 방향이 틀렸다. 흑이 급하게 손 봐야 할 곳은 하변이 아니라 중앙이었다. 중앙 흑진 속에 치명적인 결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31로는 참고도 1. 3으로 아래쪽을 집으로 만든 다음 백이 4로 밀고 나오면 5로 한 발 물러서는 게 올바른 끝내기 수순이었다.
실전에서는 김동호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즉각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34, 35에 이어 36, 37을 선수 교환한 다음 38로 가만히 늘어둔 수가 마치 비수처럼 날카롭다. 이 수가 놓이자 백홍석의 얼굴이 단박에 우거지상으로 변하면서 벌겋게 달아올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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