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공무원을 한 시민이 자동제세동기(AED)로 살린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당사자는 생명의 은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행자부 공무원 정모(50)씨는 지난 1월 28일 오전 평소처럼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정부 서울 청사로 출근하다 녹번역과 홍제역 사이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승객들이 급하게 승무원에게 구조요청을 했고, 열차가 홍제역에 멈추자 연락을 받은 홍제역 역무원들이 환자에게 달려와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홍제역 역무원 주규천ㆍ이평구 대리가 정씨를 승강장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때 한 여성 승객이 나섰다. 40~50대로 추정되는 이 승객은 심폐소생술이 효과가 없자 조치를 하던 역무원에게 “지하철 역에 비치된 자동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요청했다. 자동제세동기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박동을 회복시키는 기기로, 공공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해당 승객은 처음부터 “가슴을 세게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등 119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응급처치를 주도하며 정씨의 소생을 도왔다. 구조대가 도착한 후 정씨는 인근 병원에 이송돼 심혈관 시술을 받았고, 일주일 만에 퇴원해 현재 직장에 나올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정씨가 쓰러진 후 구급대원이 오기까지 8~9분간 신속한 응급조치가 없었다면 정씨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장애를 앓게 될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시 현장에서 소생을 도운 또 다른 승객 직장인 오택(30)씨가 서대문소방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앞서 정씨와 가족은 홍제역을 찾아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하지만 생사가 달린 순간 응급처치를 주도한 여자 승객이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 이송 등에 신경 쓰느라 역무원들이 승객의 신원을 미처 챙기지 못했기 때문. 서울시와 서대문소방서 홈페이지에 은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지만 아직 연락이 없는 상태다. 정씨는 “생명을 구한 이 여성분을 꼭 만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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